지난 6월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잇따른 개표 오류가 발생하면서 촉발된 선거제도 개선 요구가 국회 문턱을 넘었다.
사전투표 폐지와 현장 개표 도입 등을 골자로 한 공직선거법 개정 청원이 5만 명 이상의 동의를 얻으며 국회 상임위원회 심사 대상이 됐다. 지난달 15일 시작된 청원은 한 달 만에 법정 요건을 충족하며, 선거 관리 시스템 전반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여전히 뜨겁다는 점을 확인시켰다.
지난 16일 임태희 전 경기도교육감은 보도자료를 통해 '공정·투명한 선거를 위한 선거제도 개선 및 공직선거법 개정에 관한 청원'이 5만 50명의 동의를 얻었다고 밝혔다. 국회청원심사규칙에 따르면 청원 공개일로부터 30일 이내에 5만 명 이상 동의를 받을 경우 소관 상임위원회가 내용을 심사해 본회의 회부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청원의 핵심 내용은 크게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 시간을 확대하자는 안과 투표소에서 바로 개표 작업을 진행하는 현장 개표 및 수개표 도입, 종합집계 상황 공개가 포함됐다. 또한 투표용지 관리 강화 등 선거 준비 체계 개선, 현직 법관의 선거관리위원장 겸직 제한, 그리고 선거 소청 및 소송 시 투표용지 수량과 이송기록 등 자료 제출·설명 의무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번 청원은 지난 6월 3일 실시된 지방선거 개표 과정에서 불거진 문제들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당시 경기도교육감 선거 개표 과정에서 성남과 경기 광주 투표소 두 곳의 후보 득표수가 뒤바뀌어 입력되거나, 엉뚱한 투표소의 개표 결과가 입력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아울러 일부 투표소의 투표용지 부족 사태 등 관리 부실 논란이 이어지자, 청원 측은 투표함 이송 과정의 인수인계 오류를 차단하기 위해 투표소 직접 개표 방식으로의 전환을 주장하고 나섰다. 사전투표를 폐지하고 본투표 시간을 늘리면 참정권을 보장하면서도 관리 체계를 단순화할 수 있다는 논리다.
임 전 교육감은 이날 "선거제도 개선은 특정 정당이나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소중한 참정권을 지키는 문제"라고 강조했다. 이어 "미래 세대가 살아갈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더욱 공정하고 투명하게 만들기 위해 꼭 필요한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국민청원 5만 명 동의가 곧바로 법 개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인식하고, 여야 정당 지도부를 직접 방문해 청원에 담긴 시민들의 요구를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청원 추진 측 역시 향후 국민보고회를 개최해 제도 개선 여론을 확산해나갈 방침이다.
정치권에서도 유사한 움직임이 포착됐다. 국민의힘 '6·3 국민참정권 침해 진상규명 및 선거관리 개혁 특별위원회'는 지난달 청원안과 비슷한 내용의 공직선거법 및 선거관리위원회법 개정안 등 10개 법안을 당론으로 의결하고 발의한 바 있다.
다만 사전투표 폐지와 현장 개표 도입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예상된다. 사전투표 폐지 시 유권자의 투표 참여율이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반면, 청원 지지자들은 선거의 공정성과 투명성이 우선이라며 맞서고 있다. 상임위 심사 및 본회의 상정 과정에서 여야 합의가 필수적인 만큼 실제 법 개정으로 이어질지 정치권의 대응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