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한 경찰서에서 팀장으로 근무하던 경감이 근무시간에 헬스장을 200차례 넘게 드나든 사실이 적발돼 강등된 사건의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1심에서 경찰관의 손을 들어줬던 법원이 2심에서는 정반대 결론을 내렸다.
부산고법 행정5부(최환 부장판사)는 경감이 부산경찰청장을 상대로 낸 강등처분 취소 소송 항소심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린 1심을 뒤집고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15일 법조계가 전했다.
경감은 2022년 11월 승진 후 부산 경찰서에서 팀장직을 수행하며 2023년 1월부터 2024년 4월까지 평일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 근무지를 무단이탈해 헬스장에서 개인운동을 총 222회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같은 기간 4회에 걸쳐 총 12시간의 초과근무를 신청해 16만6천원의 수당을 부당수령한 사실도 확인됐다.
부산경찰청은 이런 비위를 근거로 경감에게 강등 처분을 내렸다. 경감은 감찰 과정에서 자신의 동의 없이 헬스장 출입기록과 CCTV 영상을 확보한 것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며 소송을 제기했다.
1심 재판부는 경찰이 당사자 동의나 법원 영장 없이 확보한 자료를 위법 수집 증거로 판단했다. 이 자료를 바탕으로 한 경찰관의 진술 역시 증거능력이 없다고 보고 강등처분을 취소했다.
하지만 항소심은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재판부는 경찰이 헬스장으로부터 출입기록과 CCTV 영상을 제공받아 징계에 활용한 행위가 개인정보 보호법 위반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자료 수집 과정에 위법성이 있더라도 행정소송에서는 해당 증거의 효력이 일률적으로 부정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해당 정보는 경찰관이 근무시간 중 헬스장에 있었다는 동선과 행적에 관한 것으로, 경찰공무원이라는 지위에 비춰 보호 가치가 크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반면 이를 자료로 징계함으로써 경찰공무원의 복무 기강 확립에 기여할 수 있는 공익은 작지 않다"고 판단했다.
헬스장이 자발적으로 자료 제출에 협조한 점과 다른 방법으로는 구체적인 이용 내역을 확인하기 어려웠다는 점도 고려 대상이었다.
강등 처분이 과하다는 주장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재판부는 "여러 차례 근무지를 이탈한 비위행위가 민원인에게 목격돼 경찰조직의 신뢰가 훼손되는 결과가 발생했다"며 "강등 처분이 사회통념상 현저하게 타당성을 잃어 징계재량권을 일탈·남용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항소심 재판부는 강등 처분을 취소했던 1심 판결을 뒤집고, 경찰관이 제기한 징계 취소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