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 초당순두부마을 동화가든 앞 대기표가 320번을 넘어섰다.
평균 대기 시간은 2시간 안팎. 테이블링 앱으로 미리 번호를 뽑아도 현장 대기 줄은 그대로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반나절 여행 일정이 통째로 날아가는 셈이다.
초당순두부마을은 바닷물을 간수로 써 만드는 전통 방식 순두부로 1990년대부터 전국구 명성을 쌓았다.
동화가든은 이 중에서도 방송 출연 이력과 두툼한 순두부 한 상으로 가장 긴 줄이 늘어서는 집이다.
주말과 공휴일에는 오전 9시 개점 전부터 줄이 생기고, 10시를 넘기면 사실상 2시간 대기가 고정값이다.
테이블링으로 원격 줄서기를 걸어도 현장에 늦게 도착하면 순번이 그대로 밀리는 구조라, 대기 중 다른 일정을 소화하기도 쉽지 않다. 특히 단풍철과 겹치는 10월 주말에는 대기 인원이 평소보다 1.5배가량 늘어 오후 1시 전후로 번호표 배부를 조기 마감하는 날도 적지 않다.
로컬이 찾는 우회 맛집
반면 동화가든에서 도보 5분 거리에 있는 원조 맷돌순두부 집들은 사정이 다르다. 같은 바닷물 간수 방식으로 두부를 만들면서도 평일은 물론 주말 낮 시간대에도 대기가 15분 안팎에 그친다.
마을 토박이들이 평소 끼니로 찾는 곳들이라 관광객 사이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지만, 손두부를 눌러 굳히는 방식과 국물을 우리는 육수 배합은 동화가든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게 현지 주민들의 공통된 평가다. 가격대도 1인분 기준 1만원 안팎으로 동화가든과 비슷해, 맛과 비용 모두 큰 차이 없이 대기 시간만 대폭 줄일 수 있다는 게 핵심이다.
짬뽕순두부로 특허를 낸 분점들도 대안으로 꼽힌다. 얼큰한 짬뽕 국물에 순두부를 더한 이 메뉴는 2010년대 중반 초당마을에서 처음 개발돼 특허 등록까지 마쳤고, 이후 본점과 분점 여러 곳으로 조리법이 퍼졌다.
분점은 본점보다 상대적으로 덜 붐벼 평균 10분 안팎이면 테이블에 앉을 수 있다. 얼큰한 국물에 매콤한 불맛을 더한 국물 베이스는 동화가든 식 순두부와는 결이 다르지만, 두부 자체의 고소함과 부드러운 식감은 동일한 원료와 제조법에서 나온다. 매운맛 단계를 선택할 수 있는 분점도 있어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방문객이나 매운 음식을 꺼리는 외국인 관광객도 부담 없이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강릉시 관광과가 최근 발표한 주말 유동인구 집계에 따르면, 초당순두부마을 전체 방문객은 꾸준히 늘고 있지만 동화가든 한 곳에 쏠리는 비중은 여전히 압도적이다.
인근 식당가 상인들은 손님 분산을 위해 안내판과 지도 배포를 늘리고 있지만, 인지도 차이 탓에 체감 효과는 크지 않다는 반응이다.
그만큼 사전 정보 없이 마을에 도착한 여행객이 가장 유명한 집 앞에만 줄을 서는 경향이 뚜렷하다는 의미다. 상인회 관계자는 "맛의 차이보다 정보의 차이가 대기 시간을 가른다"며 분점과 인근 식당 정보를 담은 안내 지도를 식당 입구마다 비치하고 있다고 전했다.
식사 후 동선 설계
식사를 마친 뒤에는 마을 안 카페에서 흑임자라떼를 포장해 이동하는 코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검은깨를 갈아 넣은 진한 라떼는 초당마을 카페 상권의 대표 메뉴로 자리 잡았고, 순두부 식사 뒤 입가심으로도 잘 어울린다는 평이 많다. 차량으로는 여기서 15분 거리에 주문진 향호해변이 있다.
향호해변은 에메랄드빛 바다색과 한적한 백사장으로 사진 명소로 꼽혀왔는데, 최근 몇 년 새 인근 버스정류장이 유명 아이돌 그룹의 앨범 재킷 촬영지로 알려지면서 팬들의 발길이 늘었다.
해당 정류장은 평범한 해안도로변 시설이지만, 바다를 배경으로 한 구도가 실제 앨범 사진과 거의 동일하게 나와 인증샷 명소로 입소문이 났다.
관할 지자체는 별도 안내 표지판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정류장 주변 주차 공간과 산책로는 기존 해변 시설을 그대로 활용할 수 있어 접근성에는 무리가 없다. 정류장에서 도보로 3분 거리에는 소규모 공영주차장이 있어 평일에는 주차난도 거의 없는 편이다.
이 동선을 활용하면 오전 순두부 식사부터 오후 해변 사진 촬영까지 반나절 일정을 대기 없이 소화할 수 있다는 게 현지에서 나오는 설명이다. 특히 동화가든 대기 시간에 맞춰 하루를 비워뒀던 여행객들에게는 같은 시간에 두 코스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실질적인 이점으로 꼽힌다.
강릉 지역 관광 안내소 관계자들은 성수기 주말마다 반복되는 쏠림 현상을 줄이기 위해 분점과 인근 맛집 정보를 담은 지도를 비치하고 있으며, 향후 계절별 추천 코스를 추가로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순두부마을에서 향호해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해안도로를 따라 달리는 드라이브 코스로도 알려져 있어, 식후 이동 자체가 짧은 관광 코스 역할을 겸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릉시는 내년 상반기 중 초당마을 일대 주차장 확충과 보행로 정비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으며, 성수기 쏠림을 완화하기 위한 분산 안내 체계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