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4일(수)

"먹튀범 얼굴 올립니다"... 뉴욕 식당가 뒤흔든 신상 박제 논란

미국 뉴욕의 식당가에서 음식값을 내지 않고 달아나는 이른바 '먹튀(무전취식)' 행위가 기승을 부리자, 업주들이 경찰 신고 대신 사회관계망서비스에 피의자 얼굴과 영상을 직접 공개하며 맞대응에 나섰다.


최근 미국 일간 뉴욕포스트에 따르면 뉴욕 일대 요식업계는 물가 상승에 더해 무전취식 피해까지 겹치면서 자구책 마련에 나섰다. 사법당국이 무전취식을 경범죄로 취급해 수사에 적극적이지 않자, 업주들은 경찰에 매달리는 대신 인스타그램 등 온라인 플랫폼에 보안카메라 영상을 게재해 범인을 특정하는 방식을 택했다.


브롱크스 모트헤이븐에서 멕시코 음식점을 운영하는 브리트니 카리뇨는 지난 5월 손님 세 명이 112달러(약 15만 원) 상당의 식사와 음료를 즐긴 뒤 정전 틈을 타 계산서를 가방 밑으로 숨기고 도주한 사실을 확인했다.




카리뇨는 "처음부터 경찰을 부를 생각은 하지 않았다. 솔직히 경찰이 해줄 수 있는 일이 없을 때가 많기 때문"이라며 인스타그램에 매장 폐쇄회로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게시물이 확산하자 도주자 중 한 명의 친오빠가 매장을 찾아와 식대를 전액 결제했다. 카리뇨는 "무전취식은 늘 있었지만 이제 소셜미디어를 활용해 도덕적 수치심을 되살릴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온라인 협찬을 미끼로 한 사기 피해도 동일한 방식으로 대응했다. 롱아일랜드시티에서 베트남 식당을 운영하는 존 쯔엉은 200달러(약 28만 원)어치의 음식과 음료를 제공받는 조건으로 홍보 영상을 올려주겠다고 약속한 인플루언서가 팁 6달러(약 8000원)만 남긴 채 잠적하자 소셜미디어에 피해 사실을 폭로했다. 해당 인플루언서는 영상이 퍼지자 뒤늦게 악평을 남긴 뒤 계정을 삭제했다.


경찰에 정식 신고를 접수해도 실효성이 낮다는 점이 자체 공개를 부추겼다. 뉴욕주 법률상 무전취식은 최대 1년의 징역형에 처해질 수 있는 서비스 절도 혐의에 해당하지만, 중범죄 수사에 치중된 현장 치안 특성상 소액 피해는 후순위로 밀린다.


포킵시에서 펍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41달러(약 5만 7000원)를 내지 않고 카드를 챙겨 달아난 남녀의 영상을 올린 뒤 10분 만에 신원 제보를 받았다.


브롱크스의 해산물 뷔페 레스토랑 UMI Sushi는 식사 후 돈을 내지 않고 도망간 손님들의 사진을 '수치스러운 벽'에 게시하고 있습니다. / 뉴욕포스트


해당 영상은 조회수 80만 회를 기록했다. 업주는 "경찰의 시간을 빼앗을 가치가 없다고 판단했다"며 "40달러로 얻은 무료 홍보 효과였다"고 설명했다. 브롱크스의 한 뷔페식당은 매장 한편에 '돈 안 내고 음식 훔친 자들'이라는 문구와 함께 무전취식자들의 사진과 영수증을 벽에 게시하는 '수치심의 벽'을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영업자들의 피해가 수치화되지 않는 구조적 문제를 짚었다. 뉴욕시립대 존제이 형사사법대학원의 크리스토퍼 허만 교수는 "미결제 금액이 75달러나 150달러 수준일 때 업주는 매장 운영을 중단하고 경찰을 기다려 진술서를 작성하고 직원을 향후 사법 절차에 동원할 가치가 있는지 비용 편익을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뉴욕 경찰국 역시 무전취식 검거 건수를 별도 세부 항목으로 분류해 집계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당 전문 변호사 안드레아스 쿠추다키스는 "300달러짜리 계산서를 안 내고 도망가는 것은 지하철 개찰구를 무단 통과하는 것과 같은 등급의 범죄로 취급된다"며 "장부상으로는 최대 1년 형이지만 실제 처벌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통상 일반 식당의 세전 이익률이 5% 안팎인 점을 고려하면, 112달러의 무전취식 피해를 메우기 위해 식당은 약 2000달러(약 280만 원)어치의 매출을 추가로 올려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