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의 국가부채가 3조 6000억 유로(약 5377조 원)를 넘어서며 2010년 유럽 재정위기 당시 그리스 부채의 10배에 달하는 규모로 불어났다. 1년 내 국내총생산 대비 국가부채 비율이 12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국채금리는 25년 만에 최고치에 근접하며 유럽 전역의 금융 시장을 긴장시키고 있다.
지난 12일 미국 경제 매체 블룸버그에 따르면 프랑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4.8%대를 기록했다.
두 달 전 4%를 밑돌던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이달 초에는 5% 선에 바짝 다가섰다.
유로존 국채의 벤치마크 역할을 하는 독일 국채 대비 프랑스 10년물 국채의 금리 격차(스프레드)는 2012년 유럽 재정위기 이후 최고치로 벌어졌다. 10일에는 재정 취약국으로 꼽히는 이탈리아 국채와의 위험 프리미엄 격차마저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프랑스의 연간 국내총생산은 약 3조 유로 수준이지만 나랏빚은 이를 훌쩍 웃돈다. 2019년 100% 미만이던 국내총생산 대비 부채비율은 불과 수년 만에 120%를 넘어설 전망이다. 특히 내년에 프랑스 정부가 감당해야 할 국채 이자 비용만 900억 유로(약 134조 원)를 웃돌아 연간 교육예산 총액을 넘어선다.
사회적 불안은 재정 위기 진화의 발목을 잡고 있다. 지난달 말 시작된 학생 시위는 100억 유로 규모의 교육 재정 확충을 요구하며 전국적인 폭력 사태로 번졌다.
대선 주자들의 긴축 및 예산 삭감 공약에도 불구하고 재정 곳간이 바닥나면서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1990년대 초와 2014~2017년 재무장관을 지낸 미셸 사팽은 "경제활동 둔화와 예산 위기의 심각성, 대선 우려가 겹쳐 있다"며 "정치적 불확실성이 실질적 우려를 키우고 증폭시킨다"고 짚었다.
시장의 불안은 다른 남유럽 국가들로 번지고 있다. 프랑스와 함께 재정 건전성 우려를 받던 이탈리아와 그리스의 10년물 국채금리는 독일 대비 각각 120bp, 100bp 안팎까지 뛰었다. 비교적 안전 자산으로 평가받는 독일 국채와의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금융시장에는 15년 전 그리스발 재정위기 때 등장했던 '위기의 전이'라는 경고가 다시 번지는 모양새다.
유럽중앙은행 정책위원들은 비상 대응 수단 가동에 선을 긋고 있으나 오는 29일 통화정책회의에서의 금리 결정 운신 폭은 좁아졌다.
미하엘 토이러 분데스방크 집행이사는 "현재 시스템적 국가부채 위기는 없지만 위험은 크게 높아졌다"고 전했다. 글로벌 채권 운용사 핌코는 프랑스 국채에 대한 대규모 비중 축소 포지션을 유지하고 있으며, 티에리 위즈먼 매쿼리그룹 금리 전략가는 "프랑스의 국채 매도세와 사회불안은 이제 하나의 고리처럼 작동하고 있다"며 "한쪽 위기를 끝내야 다른 쪽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