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부모의 학대로 생을 마감한 정인이의 얼굴을 세상에 알렸던 이동원 전 PD가 정인이의 6주기를 맞아 묘소를 찾았다.
14일 이동원 전 SBS '그것이 알고 싶다' PD는 자신의 SNS에 정인이의 묘소를 방문한 사진과 함께 긴 글을 올렸다. 그는 "살아 있었다면 초등학생이 되었겠지"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 전 PD는 "아침 출근길에, 엄마 아빠 손을 잡고 쫑알거리며 학교에 가는 작고 귀여운 아이들을 보곤 한다"며 "그때마다 그 아이가 생각나더라. 아이도 살아 있었다면 올해 초등학교에 입학했겠지"라고 했다.
그는 "오늘은 아이의 6번째 기일"이라며 "기일을 챙기지 못할 것 같아 얼마 전 이른 아침, 잠시 틈을 내어 묘지에 다녀왔다"고 전했다. 이어 "아이 이름으로 심은 나무가 어느새 훌쩍 자라 있더라. 반가우면서도… 참 많이 슬펐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 전 PD는 "언젠가 이런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사람은 심장이 멈추는 순간이 아니라, 기억해 주던 이들에게 잊혔을 때 비로소 세상에서 사라지는 거라고"라며 "그 아이에겐 기억해 줄 가족이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아이가 이 세상에 잠시 살았다는 게 오래오래 기억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도 이 글을 남긴다"며 "바쁘시더라도 오늘은 잠시 시간을 내어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당부했다. 이어 "우리가 지켜 주지 못한 아이가 천국에선 마음껏 행복하길"이라는 바람을 전하며 "그 아이의 이름은 정인입니다"라고 강조했다. 글 끝에는 정인이의 이름과 함께 '2019.6.10. - 2020.10.13.'이라고 적었다.
정인이는 2020년 10월 13일 양부모의 지속적인 학대로 생후 16개월의 나이에 숨졌다. 이 사건은 아동이 겪은 참혹한 피해와 사회적 책임 문제로 큰 공분을 샀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21년 1월 정인이 사건을 다룬 '정인이는 왜 죽었나, 271일간의 가해자 그리고 방관자'와 '정인아 미안해, 그리고 우리의 분노가 가야 할 길' 편을 방송하며 정인이의 얼굴이 담긴 사진과 영상을 공개했다. 방송은 아동학대의 잔혹성과 사건을 둘러싼 사회적 책임을 집중 조명했다.
방송 후 시민단체 '정치하는엄마들'은 아동학대처벌법상 보도금지의무 위반 혐의로 이 전 PD를 고발했다.
검찰은 2023년 6월 이 전 PD에게 기소유예 처분을 내렸다. 이 전 PD는 해당 처분이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헌법재판소는 약 2년간의 심리 끝에 지난해 12월 이 전 PD의 행위가 '정당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기소유예 처분을 취소했다. 헌재는 "해당 방송은 아동학대 범죄의 잔혹성을 고발하고 가해자의 엄벌을 촉구하며 재발 방지와 예방 방안을 공론화하려는 공익적 목적에서 제작됐다"며 "언론의 자유라는 기본권 행사로서의 의미도 가진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