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직 김모(32)씨는 회의 중이나 모니터 앞에서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꼬고 있는 스스로를 발견할 때가 많다.
의식적으로 자세를 풀어도 10분이 채 지나지 않아 다시 다리가 포개져 있다. 김씨는 이를 오랜 습관이나 다리를 꼬아야 편한 개인 취향 정도로 여겨왔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무의식적 동작의 실제 원인이 엉덩이 옆쪽 근육인 '중둔근(Gluteus Medius)'의 약화에 있다고 설명한다.
척추나 골반 자체의 선천적 문제보다 특정 근육 하나의 기능 저하가 전신 자세를 바꿔놓는다는 점에서, 다리 꼬기를 단순 버릇으로 치부해온 통념과는 거리가 있는 설명이다.
중둔근은 골반 측면에서 엉덩뼈와 대퇴골을 연결하는 근육으로, 한쪽 다리로 설 때나 걸을 때 반대쪽 골반이 아래로 떨어지지 않도록 지탱하는 역할을 한다.
걷는 동안 매 걸음마다 체중의 상당 부분을 좌우로 번갈아 받아내는 만큼 하체 안정성에서 핵심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근육으로 꼽힌다.
문제는 하루 대부분을 의자에 앉아 보내는 현대인의 경우 이 근육이 거의 쓰이지 않아 점차 힘을 잃는다는 데 있다.
앉은 자세에서는 체중이 좌골과 골반 바닥으로 분산돼 중둔근이 활성화될 기회 자체가 줄어들고, 이런 상태가 수년간 반복되면 근육의 수축력과 지구력이 함께 떨어진다.
장시간 앉은 자세에서 중둔근이 상체 하중을 좌우 균등하게 받쳐주지 못하면 골반이 한쪽으로 서서히 기울기 시작하고, 이는 앉은 자세 전체의 좌우 균형이 무너지는 출발점이 된다.
골반 무너지면 다리부터 꼰다
골반이 기울어지기 시작하면 뇌는 척추가 함께 무너지는 상황을 막기 위해 즉각적인 보상 동작을 끌어낸다.
그것이 바로 한쪽 다리를 반대쪽 허벅지 위로 올려 대퇴골 두 개를 교차시키는 동작이다. 이렇게 다리를 꼬면 두 다리뼈가 서로를 받치는 일종의 '기계적 잠금(Locking)' 구조가 만들어지면서 약해진 중둔근 대신 인위적으로 골반을 고정하는 효과가 생긴다.
다리를 꼬았을 때 순간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결국 다리 꼬기는 습관이 아니라 무너지는 골반을 붙잡기 위한 몸의 자구책인 셈이다. 같은 다리만 반복적으로 위로 올리는 경향이 있다면, 이는 그쪽 반대편 중둔근이 유독 약하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 있다는 게 관련 분야의 공통된 설명이다.
저림과 측만으로 번진다
그러나 이 보상 자세가 반복되면 또 다른 문제가 뒤따른다. 다리를 꼬았을 때 위로 올라가는 쪽 엉덩이 깊숙한 곳의 이상근이 지속적으로 긴장 상태에 놓이게 되는데, 이 근육 바로 아래로 좌골신경이 지나간다.
이상근이 과도하게 수축하면서 신경을 눌러 엉덩이에서 다리로 이어지는 찌릿함과 저림이 발생하는 '이상근 증후군'으로 이어질 수 있다.
여기에 골반 비대칭이 오래 방치되면 척추가 이를 보상하려 좌우로 휘는 척추 측만 현상까지 동반되는 사례도 드물지 않다.
초기에는 단순한 뻐근함 정도로 지나치지만, 방치 기간이 길어질수록 허리 통증과 고관절 불균형까지 함께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임상 현장의 공통된 관찰이다. 단순히 다리를 자주 꼰다는 자각 하나가 척추 건강 전반의 적신호일 수 있는 이유다.
한쪽 다리로 서보면 안다
자신의 중둔근 상태는 간단한 자가 테스트로 가늠해볼 수 있다. 맨발로 한쪽 다리를 들고 30초간 균형을 잡아보는 외발 서기가 대표적이다.
이때 반대쪽 골반이 눈에 띄게 아래로 처지거나 상체가 심하게 휘청인다면 중둔근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또 평소 걸을 때 엉덩이가 좌우로 과하게 흔들리는 '오리걸음'형 보행이나, 계단을 오를 때 한쪽 무릎이 유독 불안정하게 느껴지는 것도 같은 맥락의 증상이다.
최근 재활의학과와 운동치료 분야에서는 요통이나 좌골신경통을 호소하는 환자의 상당수에서 중둔근 약화가 공통적으로 관찰된다는 임상 소견이 꾸준히 제기되면서, 통증 부위만 치료하는 대신 중둔근 기능을 함께 점검하는 접근이 늘고 있는 추세다. 실제로 하체 재활 프로그램에서는 스쿼트나 런지 같은 복합 운동을 시키기 전, 중둔근 단독 강화 운동을 먼저 배치하는 방식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예방과 교정을 위해서는 중둔근을 직접 자극하는 운동이 권장된다. 옆으로 누워 무릎을 구부린 상태에서 위쪽 무릎만 조개처럼 벌렸다 오므리는 '클램쉘', 옆으로 누워 다리를 곧게 편 채 들어 올리는 '사이드 레그레이즈'가 대표적인 중둔근 강화 동작으로 꼽힌다.
각 동작을 좌우 15회씩 하루 두 세트 정도 꾸준히 반복하면 약화된 근육을 서서히 회복시킬 수 있다는 게 공통된 설명이다.
여기에 더해 선 자세에서 밴드를 발목에 걸고 옆으로 걷는 '사이드 스텝'도 중둔근을 걷는 패턴과 유사하게 자극할 수 있어 병행하면 효과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울러 장시간 앉아 있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50분에 한 번씩 자리에서 일어나 가볍게 걷거나 골반을 좌우로 움직여주는 것만으로도 중둔근이 쉬지 않고 일정 부하를 받도록 유도할 수 있다. 이미 저림이나 통증이 동반된 상태라면 스트레칭과 근력 운동을 혼자 병행하기보다 정확한 평가를 거쳐 단계별로 강도를 조절하는 편이 재발을 줄이는 방법으로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