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무혐의 처분한 뒤 피해자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안산 아르바이트생 성폭행 사건을 둘러싸고 경찰의 부실 수사에 대한 국회의 거센 질타가 쏟아졌다. 수장 공백 속에 열린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경찰 수뇌부는 초기 대응 미흡을 시인하며 준강간 수사 지침을 전면 손질하겠다고 고개를 숙였다.
오늘(12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본청에서 진행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여야 의원들은 검찰청 폐지 이후 본격화한 경찰 수사의 신뢰도 추락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특히 20세 아르바이트생 고(故) 채단비 씨가 주점 업주를 준강간 혐의로 고소했으나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린 뒤 극단적 선택에 이른 사건이 도마 위에 올랐다. 피의자가 건넨 매장 내부 폐쇄회로(CC)TV 영상 위주로 확인한 뒤 올 2월 사건을 종결했던 경찰과 달리, 공소청은 추가 물증을 찾아내 지난 8일 업주를 전격 기소했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이해식 의원은 "피해자와 피의자의 조사 시간이 불균등했고, 성폭력 피해자 보호 규칙도 지켜지지 않았다"며 공식 사과를 촉구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역시 성폭력 지침과 달리 구체적인 준강간 수사 매뉴얼이 부재한 현실을 꼬집었다.
김종철 경찰청장 직무대행은 업주의 스마트폰조차 압수수색하지 않고 피해자 조사를 단 한 차례로 끝낸 부실함을 시인했다. 김 직무대행은 "피해자가 사망한 점에 대해 대단히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사건을 반면교사 삼아 수사 절차 전반을 보완하고 준강간 사건에 대한 종합적인 매뉴얼을 정비하겠다"고 답했다.
경찰의 전반적인 역량 저하도 주요 쟁점이었다. 국민의힘 박덕흠 의원은 살인범 장윤기 수사 축소 의혹과 제주 실종자 임의 종결 건을 거론하며 "경찰 수사관 중 3년 차 이하가 전체의 32%인데 연내 2100여 명을 충원하면 저연차 비중이 더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직 파행과 인사 잡음도 도마 위에 올랐다. 2년 연속 정식 경찰청장 없이 대행 체제로 국감이 열리자 김영진 행안위원장은 유감을 표했고, 국민의힘 간사 강명구 의원은 국가 기관의 비정상적 운영을 비판했다.
지역 토착 비리를 근절하겠다며 내놓은 순환인사제를 두고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은 "총경 이상은 관사가 있지만 하급 직원들은 하숙집 등을 얻어야 해 인사 때마다 가까운 곳에 가려고 인사 로비를 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김 대행은 "현장 직원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다"고 답했다.
정치권 인사들을 둘러싼 편파 수사 공방도 격화됐다. 민주당 윤건영 의원이 무소속 한동훈 의원 자녀의 스펙 의혹을 두고 고발인은 6차례 부른 반면 피고발인인 배우자는 1회 서면 조사에 그쳤다고 따지자, 김 직무대행은 "새로운 사실관계가 드러난다면 재수사 여부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반면 국민의힘 측은 정원오 전 서울시장 후보 의혹을 제기했다 고발당한 김재섭 의원을 경찰이 16시간 46분 동안 장시간 조사한 것을 정치 탄압으로 규정했다.
김 대행은 강압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로스쿨 진학으로 인한 인력 유출로 '법조인 양성소'가 됐다는 경찰대 폐지론에는 국무총리실 경찰개혁위원회 논의에 적극 참여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