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그룹 이중근 회장과 메리츠금융지주 조정호 회장 사이에 벌어진 서울 한남동 자택의 '한강 조망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법원이 조 회장 측 주택 신축에 대한 용산구청의 건축허가 효력을 내년 4월까지 정지하도록 결정하면서다. 앞서 민사법원에서 이 회장 측의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됐지만, 행정소송에서는 이 회장 측의 주장이 일부 받아들여졌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호성호)는 전날 이 회장이 서울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건축허가처분 효력 집행정지 신청을 일부 인용했다.
재판부는 용산구청이 조 회장 측에 내린 건축허가처분의 효력을 2027년 4월 11일까지 정지하도록 했다.
이 날짜는 건축허가 무효확인 등을 다투는 본안 소송이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시점이다. 해당 기간 내 재판이 끝나지 않을 경우 효력 정지 기간이 연장될 가능성도 있다.
재판부는 건축허가처분으로 인해 이 회장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고, 이를 예방하기 위한 긴급한 필요성이 소명됐다고 판단했다.
또한 건축허가 효력을 정지하더라도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 회장 측이 함께 문제 삼은 도로 용도폐지 처분에 대해서는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제출된 자료만으로는 용도폐지 처분의 효력을 긴급히 정지해야 할 필요성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번 분쟁은 조 회장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의 단독주택을 신축하면서 시작됐다.
이 회장은 자신의 자택 맞은편에 들어서는 조 회장의 주택으로 인해 기존에 누리던 한강 조망권이 침해된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지난 5월 서울서부지법에 공사중지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법원은 7월 이를 기각했다.
당시 재판부는 조 회장 측 주택이 완공되면 이 회장 자택 일부에서 한강 조망이 제한될 가능성은 인정했다. 그러나 주변 건축환경 변화에 따라 조망이 달라질 수 있고, 조 회장 역시 자신의 재산권을 행사할 권리가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해 공사를 중단시킬 필요성까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회장은 결정에 불복해 즉시항고했다.
서울고법 민사37-3부(고법판사 박은영·김종기·민정석)는 지난 9월 23일 공사중지 가처분 사건의 항고심 심문기일을 진행했다. 이 회장 측은 이 과정에서 신축 주택의 높이와 도로 용도폐지 문제 등을 추가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사 절차와 별개로 이 회장은 지난 6월 용산구청장을 상대로 건축허가 무효확인 등을 구하는 행정소송도 제기했다.
건축허가 자체가 적법했는지는 본안 소송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국내 주요 그룹 회장들의 한남동 주택을 둘러싼 갈등이 건축허가의 적법성 문제로 확대된 가운데, 향후 본안 소송과 민사 항고심에서 어떤 판단이 나올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