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총액 21조 원 규모의 대기업이자, 철저히 비상장 중심의 독보적인 지배구조를 갖춘 부영그룹. 재계 순위 상위권에 꼽히는 대형 그룹이지만, 오너 일가의 남다른 행보가 새삼 화제를 모으고 있다. 특히 이중근 회장의 자녀 중 형제들과는 완전히 다른 길을 걸으며 독립된 행보를 보인 막내아들 이성한 영화감독이 대중의 눈길을 끈다.
부영그룹의 독특한 지배구조와 '부영엔터테인먼트'
부영그룹은 21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단 하나의 자회사도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 기업 집단이다. 사실상 이중근 회장 1인 소유 체제로 운영되며, 재계에서는 비공식적으로 대한민국 최고 부호 중 한 명으로 이중근 회장을 꼽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러한 부영그룹 계열사 중 이색적인 존재가 바로 배우자 나길순 여사가 100% 지분을 보유했던 '부영엔터테인먼트'다. 주택건설, 유통, 개발, 리조트 등 본업과 전혀 연관이 없는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그룹 내에 존재하는 배경에는 바로 막내아들인 이성한 감독이 자리하고 있다.
경영 승계 대신 '영화인의 길' 택한 삼남
부영그룹은 3남 1녀를 두었다. 장남 이성훈, 차남 이성욱, 그리고 차여 이서정 등 다른 형제들은 각각 부영그룹 내에서 부사장과 전무 등의 직함으로 경영 수업 및 승계 작업을 밟고 있다.
반면 삼남인 이성한 감독은 그룹의 경영 승계 라인에서 벗어나 영화계로 발을 디뎠다. 과거 부영엔터테인먼트에 소속되어 영화 제작 및 감독 활동을 펼쳐왔으나, 현재는 관련 타이틀마저 내려놓고 독자적인 창작자의 길을 걷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바람'의 이성한 감독, 대중이 기억하는 그의 작품들
이성한 감독은 대한민국 대중문화계에서 뚜렷한 족적을 남긴 작품의 주역이다. 영화 팬들 사이에서 전설로 통하는 영화 '바람'의 메가폰을 잡은 이가 바로 그다.
정우 주연의 영화 '바람'은 누적 관객 수는 대중적 흥행작에 비해 많지 않았으나, 작품성과 리얼리티 면에서 엄청난 입소문을 타며 대중의 뇌리에 깊게 박혔다. 특히 각종 SNS나 쇼츠(Shorts) 플랫폼에서 명대사와 명장면이 끊임없이 회자되며 "대한민국 사람 중 이 영화를 모르는 사람은 없다"는 평을 들을 정도로 대중적인 문화 아이콘이 되었다. 이후에도 영화 '어제 일은 모두 괜찮아'(2019) 등을 통해 꾸준히 진정성 있는 연출을 선보였다.
대기업 총수의 아들이라는 화려한 수식어 대신, 카메라 뒤에서 자신만의 예술혼을 불태워 온 이성한 감독. 경영권 승계라는 뻔한 재벌가의 공식 대신 예술가의 길을 택한 그의 독특한 행보는 오늘날 대중에게 신선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