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월)

"난 비흡연잔데..." 폐암환자 8%서 유전적 소인 확인

담배를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나 젊은 층에서도 폐암이 발생하는 사례가 증가하면서 환경적 요인을 넘어선 유전적 원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가운데, 국내 연구진이 대규모 메타분석을 통해 폐암 발병의 유전적 원인을 체계적으로 밝혀냈다.


12일 서울대병원 영상의학과 이지영·구진모 교授, 임상유전체의학과 김시현 교수, 심장혈관흉부외과 나권중 교수, 내셔널 주이시 헬스 영상의학과 윤순호 교수 공동 연구팀은 전 세계 폐암 관련 연구 28개를 종합 분석한 결과를 공개했다. 연구팀은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의 유병률과 관련 위험 요인을 다방면으로 분석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연구팀의 분석에 따르면 전체 폐암 환자의 7.9%에서 암 발병에 관여할 수 있는 유전적 소인이 발견됐다. 폐암 환자 100명 중 약 8명은 선천적인 유전적 변이가 암 발병의 핵심 원인 중 하나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더 주목할 점은 고위험군에서의 결과다. 연구팀이 폐암 가족력이 있거나 젊은 나이에 발병한 환자, 다발성 원발성 폐암 환자 등 임상적으로 고위험군을 선별해 분석한 결과, 생식세포 병원성 변이 유병률이 32.3%까지 치솟았다. 이는 별도 선별 없이 조사한 일반 폐암 환자군(4.7%)에 비해 약 7배 높은 수치다.


가장 빈번하게 관찰된 유전자 변이는 손상된 DNA를 복구하는 기능을 담당하는 유전자들이었다.


유전자별 유병률을 살펴보면 BRCA2가 0.96%로 가장 높았고, ATM(0.67%), TP53(0.57%), CHEK2(0.49%), BRCA1(0.48%) 순으로 뒤를 이었다. 주로 유방암이나 난소암의 원인으로 알려진 BRCA 유전자가 폐암 발병에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통계적으로 확인된 것이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인종별 차이도 눈에 띄었다. 전체 유병률에서는 인종 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으나, 주요 DNA 손상 복구 유전자 변이는 동아시아인보다 비아시아인 및 혼합 인종 집단에서 더 자주 발견됐다. 연구팀은 분석 대상 환자군의 평균 연령이 낮을수록, 검사한 유전자 수가 많을수록 병원성 변이 발견 확률이 높아지는 경향도 포착했다.


김시현 교수는 "유방암과 난소암에서는 BRCA 유전자 변이 등 유전적 소인이 명확히 밝혀진 반면, 폐암은 유전적 특성 연구가 상대적으로 미흡했다"며 "이번 연구는 기존 연구를 통합해 폐암의 유전적 지도와 위험 인자를 체계적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학술적 가치가 크다"고 말했다.


이지영 교수는 "가족력이나 젊은 발병 연령 등 고위험 특성을 보이는 폐암 환자에서 생식세포 변이 유병률이 현저히 높았다"며 "이번 연구 결과는 고위험군 환자를 대상으로 맞춤형 유전 평가를 도입해야 하는 근거를 마련했으며, 환자 본인은 물론 가족들의 암 예방과 조기 진단 전략 수립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 사진 / GettyimagesBank


전 세계 암 사망 원인 1위인 폐암은 오랫동안 흡연이 주요 원인으로 꼽혀 왔다. 그러나 담배를 전혀 피우지 않는 비흡연자나 30~40대 젊은 층에서 폐암 발병 사례가 늘어나면서 환경적 요인만으로는 설명이 어려운 유전적 요인에 대한 의문이 제기돼 왔다.


폐암의 유전적 패러다임을 전환할 기초 자료로 평가받는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흉부종양학회지(Journal of Thoracic Oncology, 피인용지수 23.3)' 온라인판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