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12일(월)

9명 숨진 고양터미널 화재에서 구조된 여고생, 12년 뒤 약사가 되어 소방관을 찾았다

12년 전 화재 현장에서 생명을 건진 여성이 결혼을 앞두고 은인 소방관을 다시 만나 감사를 전했다.


지난 11일 경기북부 119특수대응단은 김예빈(28)씨가 자신을 구조한 채종영(39) 소방위를 찾아와 감사 인사를 나눴다고 밝혔다.


김씨는 2014년 5월26일 고양종합터미널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고교 1학년이었다. 체험학습을 준비하며 약을 구입하려고 터미널 지하로 이동하던 중 화재를 만났다.


(왼쪽부터) 예비남편 전우종씨, 김예빈씨, 채종영 소방위 / 경기북부 119특수대응단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가다 연쇄 폭발이 발생하면서 의식을 잃었고, 옷과 머리카락이 에스컬레이터에 끼인 채 발견됐다. 이 화재로 9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벌어졌다.


출동한 채 소방위는 에스컬레이터에 몸이 끼어있던 김씨를 발견했지만 즉시 구조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구조 후 김씨는 다리에 심한 화상을 입어 여섯 번의 수술과 3년에 걸친 재활치료를 받아야 했다.


김씨는 이날 채 소방위를 만나 "대학 진학과 약사 자격 취득, 그리고 결혼 준비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은 모두 그날의 구조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감사를 표했다.


채용영 소방위가 김예빈씨에게 선물한 원앙그림. / 경기북부소방재난본부



힘든 회복 과정에서 많은 이들의 도움을 받은 경험은 김씨가 봉사와 기부를 실천하는 계기가 됐다. 김씨는 "다른 사람을 돕고 싶어서 약사가 되기로 결심했다"며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는 삶을 살겠다"고 말했다.


채 소방위는 김씨에게 부부의 화목을 뜻하는 원앙 그림을 선물했다. 퇴근 후 며칠간 직접 그린 작품이다. 채 소방위는 "위급한 상황에 처한 사람을 구하는 것은 누구나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며 "잘 지내고 있다는 소식을 전해줘서 오히려 내가 고맙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