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복지시설에 근무하는 직원이 동료의 카카오톡 불륜 대화를 무단으로 열람하고 촬영해 다른 동료에게 퍼뜨린 사건에서 법원이 벌금 100만원의 선고유예 판결을 내렸다.
청주지법 충주지원 형사2단독 김주현 부장판사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정보통신망 침해)과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A씨에 대해 이같이 판결했다고 11일 밝혔다. 선고유예는 경미한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보류하고 해당 기간이 경과하면 면소된 것으로 처리하는 제도다.
A씨는 2024년 6월 아동복지시설에서 공용 컴퓨터를 사용하던 중 동료 직원의 카카오톡이 로그아웃되지 않은 채 로그인되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 A씨는 정당한 권한 없이 대화창을 열어 내용을 확인한 뒤 이를 영상으로 촬영했다.
A씨는 촬영한 영상을 다른 동료 직원에게 전송하며 피해자의 불륜 사실을 알렸다. 검찰은 A씨가 피해자의 사적인 대화 내용을 공개해 명예를 훼손했다고 보고 기소했다.
A씨는 재판 과정에서 범행 고의를 부인했다. A씨 측은 로그아웃되지 않은 카카오톡 대화방을 우연히 보게 된 것이며, 동료의 부정행위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명예훼손 혐의와 관련해서도 A씨는 시설 내 아동을 보호하고 건전한 근무 환경을 만들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항변했다. 개인적 목적이 아닌 공익을 위한 행위였으므로 위법하지 않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A씨가 직접 대화창을 열고 화면을 스크롤하며 내용을 확인한 후 이를 영상으로 촬영해 다른 직원에게 보여준 점을 지적했다.
재판부는 "카카오톡 대화 내용은 피해자의 내밀한 사생활 영역에 해당한다"며 "대화 내용이 피해자의 근무 태도나 아동 돌봄에 영향을 미쳤다고 단언할 수 없고 이를 뒷받침할 증거도 없다"고 판단했다.
명예훼손 혐의도 유죄로 인정됐다. A씨는 동료 1명에게만 불륜 사실을 알렸지만, 재판부는 다른 직원들에게 전파될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이를 용인했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동료 1명에게만 전한 것은 맞지만 해당 동료가 다른 동료들에게 내용을 전달해 결국 상당수 직원이 알게 됐다"며 "피고인이 전파 가능성을 인식하고 용인한 것으로 보이므로 공연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이 기관장이나 관련 협회에 피해자를 신고한 적이 없고, 피해자가 부적절한 행위로 인한 근무 소홀 등으로 퇴사했다고 볼 만한 자료도 없다"며 "아동복지시설 구성원의 공공 이익을 위한 행위로 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재판부는 A씨가 사생활 침해 행위를 반성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해 형의 선고를 유예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사생활을 침해한 점을 반성하고 있고, 15년 전 벌금형 처벌을 받은 이후 범죄 전력이 없는 점, 이 사건 범행 경위 등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