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지난 9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을 찾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정치권의 갈등과 대립에 대해 사죄했다. 이번 참배는 최근 같은 당 김태규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인 '부엉이바위'를 언급해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 이루어졌다.
조 의원은 이날 참배를 마친 뒤 '故 노무현 대통령님을 기리며'라는 제목의 글을 공개하며, 정치 개혁과 국민통합을 위해 평생 헌신했던 노 전 대통령을 생각하며 이 자리에 섰다고 밝혔다.
그는 노 전 대통령이 늘 관용과 협치를 강조했으나, 지금의 대한민국 정치는 강성 팬덤의 지지를 등에 업고 공천을 받아 정치적 자리를 차지하려는 경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거친 말과 상대방에 대한 비난이 난무하고, 정치가 지켜야 할 예의와 금도마저 무너지고 있다"며 "대통령님께서 지금 하늘에서 대한민국의 정치를 바라보신다면 서로를 향한 증오와 저주로 가득한 현실을 보며 얼마나 많은 걱정을 하실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노 전 대통령 앞에서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으로 대한민국 정치의 현실에 대해 대신 사죄하는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고 강조했다. 그는 진영의 이익보다 국민의 이익을 먼저 생각하고, 갈등과 대립을 넘어 관용과 협력의 정치를 실천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번 참배는 국민의힘 김태규 의원의 '부엉이바위' 발언이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김 의원은 지난 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손솔 진보당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에게 '혹시 제2의 윤석열을 꿈꾸나'라고 질의하자 "우리 '부엉이바위의 진실'이나 하나 만들자"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켰다. 부엉이바위는 노 전 대통령이 서거한 장소다.
조 의원은 전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참배 계획을 알리면서, 최근 국정감사장에서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장소가 언급된 일을 보면서 정치인으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다만 조 의원의 봉하마을 참배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일각에서는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민주당 부산 사하을 지역 기초의원들은 조 의원의 민주당 복당 가능성에 선을 그으며, 노 전 대통령의 이름을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6선 국회의원인 조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소속으로 국회에 입성했다. 이후 민주당에서 활동하다 2016년 탈당해 새누리당(현 국민의힘)으로 당적을 옮겼다.
조 의원은 현재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로부터 당원권 정지 2년 6개월의 징계를 받은 상태다.
그는 지난 5월 국회부의장 후보 경선에서 박덕흠 의원에게 패한 뒤 다른 정당 소속 의원들에게 박 의원의 낙선을 요청했다는 이유로 지난 8월 중징계를 받았다. 이 징계가 유지되면 조 의원은 2028년 총선에서 국민의힘 후보로 출마하기 어려울 수 있다.
국민의힘은 조 의원의 참배에 별도의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박충권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개별 의원의 활동에 대해서 당에서 일일이 입장을 내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또한 "조 의원은 당 윤리위원회에서 중징계를 받은 의원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말씀드린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