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일 진행 예정은 금요일에 진행한다는 거고... 고소공포증은 고소당하는 걸 두려워하는 것... 지식이 많으면 고지식... 우천시는 도시 이름이겠구나?"
한글날을 앞두고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이 공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조사' 결과가 가히 충격적이다.
8일 교사노조가 전국 교사 135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학생 문해력 실태 조사' 결과 응답자 96.6%가 "최근 5년간 학생들의 문해력이 저하됐다"고 답했다. '매우 저하됐다'는 응답이 64.2%, '다소 저하됐다'는 응답이 32.4%로 나타났다. 조사는 지난 3일부터 5일까지 전국 초·중·고 교사들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현장 교사들이 제시한 문해력 저하 사례는 심각한 수준이다. '우천시'를 비가 올 때가 아닌 도시 이름으로 오해한 학생, '금일중에 진행한다'는 공지를 '금요일'로 인식한 학생이 대표적이다.
질병으로 결석했다가 돌아온 학생에게 차도가 있느냐고 묻자 '차도'를 차가 다니는 도로로 오해한 경우도 있었다.
'고소공포증'을 법적 고소에 대한 공포로 받아들이거나 '고지식하다'를 지식이 높다는 뜻으로 착각한 학생도 있었다. '보름'이 15일을 의미하는 것을 모르는 고등학생까지 등장했다.
수업 진행에도 차질이 생기고 있다. 응답자의 82.1%는 수업 중 단어 뜻을 설명하느라 어려움을 자주 경험한다고 답했다. 한 중학교에서는 3학년 시험 도중 '요지'라는 단어를 모르는 학생이 다수 발생해 학교 전체 방송으로 단어의 뜻을 설명한 사례도 있었다.
교사노조는 "학생들의 전반적인 어휘 수준 저하가 교과 지도에 직간접적인 장애가 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교사들은 문해력 강화를 위한 교육 방향으로 '기초 문해력 집중 지원 프로그램 확대'를 63.6%로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독서교육 및 학교·지역사회 연계 독서 활동 활성화'가 41.3%, '모든 교과에서의 읽기·쓰기·토론 등 문해력 통합 수업 강화'가 29.6%로 뒤를 이었다.
교사 지원 방안으로는 '문해력 관련 행정업무 경감 및 수업 시간 확보'가 43.4%로 가장 높았다. '구체적인 수업 사례·자료 제공'이 26.1%, '교원 추가 배치'가 20.3%로 조사됐다.
한자 병기에 대한 교사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한자 병기가 학생들의 실질적인 문해력 향상에 도움이 되는지를 묻는 질문에 63.5%(861명)가 '아니다'라고 답했다. '그렇다'는 응답은 36.5%(495명)에 그쳤다.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 교사 중 52.6%는 '문해력 저하의 근본적 원인 해결에 부적합'하다고 응답했다. '교과서 내 한자 병기로 인한 읽기의 흐름과 독해 방해'가 16.4%, '학생들의 학업 부담 및 피로도 가중'이 14.1%, '한자 선행학습 등 사교육 유발'이 12.4%로 나타났다.
반면 도움이 된다고 답한 교사 45.7%는 '한자어 기반의 교과 개념어 및 학술 어휘 이해도 향상'을 이유로 들었다. 39.8%는 '단어 형성 원리 파악을 통한 낯선 어휘 유추 능력 증진'을 한자 병기 교육의 필요성으로 제시했다.
송수연 교사노조 위원장은 "교사들이 체감하는 문해력 문제는 심각하지만 이를 지도할 시간과 인력은 턱없이 부족하다"며 "단순히 교과서에 한자를 병기하는 방식만으로는 현장의 난관을 극복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위원장은 "교육당국이 기초 문해력 지원을 대폭 확대하는 한편, 행정업무 경감과 교원 추가 배치를 통해 교사가 학생을 세심하게 가르칠 수 있는 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며 "문해력을 강조하는 만큼 실제 현장에서 가르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교육당국의 마땅한 책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