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로템이 이집트 신행정수도에 수소전기트램 44편성을 공급하는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지난해 현지 전시회에서 수소철도 기술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이집트 정부 기관과 협력 관계를 구축하며 첫 해외 수주를 향한 발판을 마련했다.
사업이 확정되면 현대로템은 차량 공급부터 운영 시스템, 유지보수까지 맡을 계획이다. 수소 생산·충전 인프라와 국내 철도 부품 협력사들의 동반 진출 가능성도 열려 있다.
8일 현대로템은 지난 7일 서울에서 열린 '한-이집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이집트 터널청(NAT)과 신행정수도 수소전기트램 시스템 구축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체결식에는 카멜 알 와지르 이집트 교통부 장관과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김완중 주이집트 대사,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이사 사장 등이 참석했다.
이집트 신행정수도는 기존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으로 약 35km 떨어진 곳에 건설 중인 대규모 스마트시티다. 완공 후 600만명 이상이 거주할 수 있도록 계획됐으며, 도시 내 주요 대중교통 수단으로 수소전기트램 도입이 검토되고 있다.
현재 논의 중인 사업 규모는 약 28km 노선에 트램 44편성을 투입하는 것이다. 현대로템이 공급을 추진 중인 대전 도시철도 2호선의 수소전기트램 34편성보다 10편성 많은 규모다.
다만 현재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진행 중인 단계로, 실제 발주 여부와 공급 규모 등은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로템의 이집트 시장 공략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현대로템은 2025년 11월 이집트 뉴카이로에서 열린 현지 최대 교통물류 전시회 'TransMEA 2025'에 참가해 수소전기트램과 수소 생산·충전 기술을 소개했다. 당시에도 신행정수도를 잠재적인 수소전기트램 시장으로 지목했다.
이번 협약은 현지 시장에 기술을 소개하는 단계를 넘어 실제 사업 추진을 위한 정부 기관과의 협력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현대로템이 공급을 추진하는 수소전기트램은 차량에 탑재된 수소연료전지로 전기를 생산해 운행한다. 외부 전력 공급용 전차선 없이 달리는 '100% 무가선' 방식이어서 도심 내 전선과 관련 시설을 최소화할 수 있다.
운행 과정에서는 이산화탄소를 직접 배출하지 않고 물을 배출한다. 차량이 외부 공기를 흡입하는 과정에서 미세먼지를 걸러내는 기능도 갖췄다.
현대로템은 수소전기트램 개발을 완료하고 울산에서 실증 운행을 진행했으며, 현재 대전 도시철도 2호선과 울산 장생포선 등 국내 공급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집트 사업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면 국내에서 확보한 기술과 사업 경험을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는 첫 사례가 될 전망이다.
특히 차량과 철도 시스템뿐 아니라 수소 공급 인프라까지 사업 범위를 넓힐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현대로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수소 브랜드이자 비즈니스 플랫폼인 'HTWO'와 연계해 수소 생산부터 충전, 활용까지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사업 추진 과정에서 수소 생산시설과 충전 인프라 구축이 구체화되면 국내 관련 기업과 철도 부품 협력사에도 새로운 해외 진출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관건은 예비타당성 조사 이후 실제 발주와 계약으로 연결되는지 여부다. 현대로템으로서는 이번 협약을 구체적인 사업 성과로 발전시키는 것이 다음 과제가 됐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이집트 신행정수도는 수소전기트램과 같은 새로운 철도 모빌리티를 도입할 수 있는 대표적 미래 도시 프로젝트"라며 "현지 운행에 최적화된 수소전기트램 사업 모델을 구축하고 사업 확정까지 터널청과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