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균 부회장, 조선 계열사 총괄...엔진·SMR 생산시설에 1조722억원 투자
중대재해 발생한 HD현대중공업, 조민수 사장 승진·안전총괄 대표 내정
호황이 지나간 뒤에도 먹고살 사업을 찾아야 한다. 정기선 회장이 이끄는 HD현대가 조선 계열사를 아우르는 총괄 부회장에 이상균 HD현대중공업 부회장을 앉혔다. 계열사 간 중복투자를 조정하고, 선박에서 쌓은 기술을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와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으로 넓히는 일을 맡겼다.
HD현대는 7일 이 같은 내용의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통상 11월에 하던 인사를 한 달 앞당겼다. 계열사 합병을 앞두고 인사를 서둘렀던 지난해보다도 시기가 빨라졌다.
이 부회장의 지휘 범위는 HD현대중공업을 넘어 HD한국조선해양과 HD현대삼호 등으로 확대된다. 각 사의 경쟁력 강화 과제와 대응 전략을 세우고 업무를 조정한다. 호황기에 투자가 겹치지 않도록 관리하면서 다음 발주 확대에 필요한 준비도 맡는다.
조선소 넘어 데이터센터로...1조원대 신사업 투자 지휘
이 부회장은 HD현대삼호 대표와 HD현대중공업 조선해양사업 대표를 거쳐 2021년부터 HD현대중공업 대표를 맡았다. 지난해 10월 부회장으로 승진했으며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장도 겸하고 있다.
조선 현장을 거쳐온 이 부회장에게는 기존 사업 조율과 함께 새 시장을 여는 과제가 주어졌다. AI 데이터센터용 발전엔진과 SMR이 대표적이다.
HD현대중공업은 독자 개발한 선박용 발전엔진 '힘센(HiMSEN)엔진'을 데이터센터 발전설비로 공급하고 있다. 선박에 전력을 공급하던 엔진의 사용처를 육상으로 넓혀 AI 확산에 따른 전력 수요를 공략한다.
생산시설에도 자금을 투입한다. 3GW 규모 힘센엔진 신규 생산기지에 8336억원, SMR 주기기 제작 전용 공장에 2386억원 등 총 1조722억원을 투자한다. 두 시설 모두 내년 상반기 착공할 예정이다.
힘센엔진 생산기지는 연간 약 150대를 제작할 수 있는 규모로 2028년 5월 준공을 계획하고 있다. SMR 주기기 공장은 2029년 4월 준공이 목표다. 국내 조선·원자력 기업과 대학 등 12개 기관이 참여하는 SMR 해양 기술 실증센터도 출범했다.
엔진사업에서는 한주석 HD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부 사장이 이 부회장과 손발을 맞춘다. 한 사장은 1994년 엔진사업부에 입사해 설계와 연구개발, 생산, 영업을 거쳤다. 신규 생산기지 구축과 데이터센터용 엔진사업 확대를 이끈다.
그룹 내에는 HD현대마린엔진과 HD현대엔진도 있다. 조선 계열사 전반의 조정 권한을 맡은 이 부회장 아래에서 엔진 계열사 간 협력을 어떻게 확대할지도 향후 과제다.
중대재해 발생한 조선 현장...조민수에 안전총괄 맡겨
신사업 투자와 함께 이번 인사에서 달라진 곳은 안전 지휘체계다. 올해 중대재해가 발생한 HD현대중공업은 조선사업 대표인 조민수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시키고 안전총괄 대표이사로 내정했다.
조 사장은 이 부회장과 함께 HD현대중공업 공동대표를 맡는다. 조선 현장 경험을 갖춘 경영진에게 안전총괄 대표이사를 맡겨 안전관리 권한을 강화했다. 금석호 사장은 경영지원 총괄에 집중한다.
HD현대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그룹의 핵심사업인 조선사업의 역량을 강화하면서 동시에 현장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건설기계 부문에서도 생산·품질 분야 인사를 전진 배치했다. 박찬혁 부사장은 사장으로 승진하며 정기선 회장과 함께 HD현대사이트솔루션 공동대표이사로 선임됐다.
박 사장은 유럽과 중국 등 해외법인장을 거쳐 글로벌생산본부장과 품질생산전략본부장을 지냈다. HD현대사이트솔루션은 930억원을 투입한 울산공장 선진화를 마치고 산업차량 생산능력을 연간 2만4000대로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