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늘한 가을바람이 부는 제주의 동쪽, 2년 5개월간의 긴 정비를 마치고 지난 5월 30일 재개방한 유네스코 세계자연유산 만장굴이 올가을 특별한 매력을 선사했다. 낙석 사고 이후 더욱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으로 돌아온 만장굴은 억새와 단풍 못지않게 신비로운 태고의 가을 감성을 품고 방문객을 맞이했다.
만장굴은 한여름 폭염 속에서 천연 에어컨 역할을 톡톡히 했지만, 가을에는 또 다른 매력을 발산했다.
동굴 내부는 연중 11℃에서 15℃ 안팎의 일정한 온도를 유지해 쌀쌀한 야외와 달리 아늑하고 포근한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특히 올해는 1946년 김녕초 부종휴 선생과 꼬마탐험대에 의해 만장굴이 최초로 발견된 지 80주년이 되는 뜻깊은 해로, 자연이 빚어낸 거대한 유산의 가치가 더욱 묵직하게 다가왔다.
이번 재개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121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대대적으로 정비한 관람 환경이었다.
과거 울퉁불퉁하고 미끄러웠던 용암 바닥 위에는 평평하고 튼튼한 스테인리스 안전 데크가 전 구간에 걸쳐 조성되어 걷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덕분에 방문객들은 풍경과 지질 구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다. 또한, 동굴의 원형을 해치던 녹색 이끼(녹색 고염 현상) 발생을 억제하기 위해 조명을 고효율 LED로 교체했다. 다소 어두워진 대신, 조명이 용암 결을 따라 은은하게 비추어 동굴 특유의 웅장함과 신비로운 분위기를 한층 극대화했다.
일반인에게 허락된 관람 구간은 제2입구에서 시작되는 약 1km 코스였다. 천장에서 용암이 흘러내리다 굳은 용암종유, 벽면에 흐른 흔적이 줄무늬로 남은 용암유선 등 신비로운 화산 활동의 흔적들을 관찰하며 걷다 보면 탐방로의 종착지에 다다랐다.
길의 맨 안쪽에서 마주하는 높이 7.6m의 거대한 복합 돌기둥 용암석주는 단연 만장굴의 하이라이트였다. 천장에서 바닥으로 쏟아지던 화산의 눈물이 그대로 굳어버린 듯한 이 석주는 세계 최대 규모로 알려져 있으며, 마주하는 순간 대자연의 압도적인 위용에 깊은 감탄을 자아냈다.
동굴 내부가 연중 따뜻한 편이라 해도 장시간(왕복 약 1시간) 걷다 보면 한기를 느낄 수 있어 가벼운 외투나 바람막이를 준비하는 것이 좋았다. 또한,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므로 모자가 있는 옷이 유리하며, 데크 보행을 위해 운동화 착용을 권장했다.
만장굴 관람을 마친 뒤, 차로 10~15분 거리에 있는 비자림의 가을 숲길을 걷거나 거문오름 억새 드라이브 코스를 연계하면 완벽한 제주 동쪽 가을 힐링 루트가 완성됐다.
▷ 위치: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구좌읍 만장굴길 182
▷ 운영시간: 09:00 ~ 18:00 (매표 및 입장 마감 17:00)
▷ 휴무일: 매월 첫 번째 수요일
▷ 무료 해설 프로그램: 09:00 ~ 17:00 (현장 신청 가능, 동굴의 역사와 지질학적 이야기를 쉽고 재미있게 들을 수 있어 강력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