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가파른 계단 없이 휠체어도 정상까지 오르는 전국 '무장애 숲길' 4선

경기 용인에 사는 박모(68)씨는 2년 전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받은 뒤로 산행을 포기하다시피 했다.


평지는 걸을 만해도 돌계단이나 급경사 구간만 마주치면 발걸음을 돌려야 했던 탓이다. 박씨처럼 관절 질환이나 거동 불편으로 산행을 멀리했던 이들 사이에서 최근 경사도 8% 이하의 완만한 목재 데크로 전 구간을 연결한 '무장애 숲길'이 입소문을 타고 있다. 턱과 계단이 없어 휠체어나 유모차로도 숲 깊숙한 곳까지 들어갈 수 있다는 점이 핵심이다.


산림청에 따르면 무장애 숲길은 장애인 편의시설 기준인 경사도 8%, 폭 1.2m 이상을 충족하도록 설계된 탐방로로 전국 국·공유림을 중심으로 꾸준히 확대되는 추세다.


광주 화담숲 / 한국관광공사


기존 산책로가 지형을 따라 계단과 급경사를 그대로 살린 것과 달리, 무장애 숲길은 지면과 수평에 가깝게 데크를 깔아 보행 약자도 숨이 차지 않는 속도로 끝까지 완주할 수 있도록 설계된 것이 특징이다. 휠체어 이용자는 물론 유아차를 끄는 부모, 지팡이에 의지하는 고령층까지 이용 폭이 넓어지면서 지자체마다 관련 예산을 늘리는 분위기다.


호수 낀 솔숲, 의림지


충북 제천 의림지 한방 치유숲길의 비룡담 구간은 비룡담 저수지를 끼고 소나무 숲으로 이어지는 수변 데크로드다.


충북 제천 의림지 / 한국관광공사


잔잔한 호수 수면에 비친 솔숲 풍경을 바라보며 평지 산책을 즐길 수 있어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질환자의 저강도 운동 코스로도 추천된다.


해가 진 뒤에는 데크 라인을 따라 은은한 조명이 켜져 야간 산책객의 발길도 이어진다. 평일 저녁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꾸준히 찾는 이유다.


5km 평지길, 화담숲


경기 광주 화담숲의 무장애 탐방로는 생태수목원 전체를 관통하는 완만한 목재 데크길이 총 5km 이상 이어진다.


광주 화담숲 / 한국관광공사


유모차를 밀거나 부모님 손을 잡고 걸어도 무리가 없는 경사로, 봄철 진달래와 철쭉부터 가을 단풍까지 계절별 야생화와 분재원을 쾌적하게 감상할 수 있다. 데크 곳곳에 설치된 벤치와 쉼터는 체력이 약한 고령 방문객의 중간 휴식을 돕는다.


가시연습지와 치유원


강원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연꽃 데크길은 멸종위기 야생생물인 가시연이 자생하는 생태습지를 따라 평탄한 관찰로가 조성돼 있다.


강원 강릉 경포가시연습지 / 뉴스1


웅장한 해송 숲과 호수 습지의 바람을 동시에 맞으며 턱에 걸릴 염려 없이 걸을 수 있다. 경북 영주 국립산림치유원의 마실치유숲길은 백두대간의 잣나무와 낙엽송 군락지 한가운데로 완만하게 뻗어 있어, 휠체어로도 해발 400m 숲속 깊은 곳까지 들어가 피톤치드를 마실 수 있도록 관리된다.


네 곳 모두 입구에서부터 목적지까지 계단 없이 연결돼 있어 별도의 보조 인력 없이도 단독 방문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자체들은 무장애 숲길 인근에 장애인 전용 주차구역과 저상 셔틀버스를 함께 배치하는 등 접근성을 높이는 작업을 병행하고 있으며, 산림청은 2026년까지 전국 국유림 내 무장애 탐방로를 순차적으로 추가 조성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