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AI가 커지자 배터리의 쓰임이 달라졌다...삼성SDI, 공장부터 바꾼다

美 전기차용 라인 일부 ESS로 전환...4분기 LFP 배터리 양산 예정

LFP 양극재 6조원 조달 계약...데이터센터 전원·로봇용 전고체로 적용처 확대


삼성SDI의 미국 배터리 공장이 자동차 밖의 일감을 받아들고 있다. 전기차용으로 마련한 생산라인 일부에서 에너지저장장치(ESS)용 배터리가 나온다. 올해 4분기에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도 생산할 예정이다.


윤태일 포스코퓨처엠 에너지소재마케팅본부장(왼쪽)이 이광수 삼성SDI 구매센터장(오른쪽) / 사진제공=삼성SDI


AI 데이터센터와 재생에너지 발전이 늘면서 전력을 저장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배터리 수요가 커지고 있다. 삼성SDI는 미국 생산라인을 전환하는 한편 국내 소재업체와 장기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데이터센터의 비상 전원에 쓸 제품도 늘렸다.


자동차 밖의 일감 받는 미국 공장


7일 삼성SDI의 공개 자료에 따르면 스텔란티스와의 미국 합작법인 스타플러스에너지(SPE)는 지난해 4분기부터 일부 생산라인을 전기차용에서 ESS용으로 단계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인디애나주 공장에서는 삼원계인 니켈·코발트·알루미늄(NCA) 기반 ESS 배터리를 생산한다.


올해 4분기에는 LFP 기반 ESS 배터리를 양산할 계획이다. 기존 삼원계에 LFP를 더하면서 미국 고객에게 공급할 제품군도 넓어진다. 


판매 계약도 확보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말 미국 에너지 인프라 개발·운영업체와 2조원을 넘는 ESS용 LFP 배터리 공급계약을 맺었다. 지난 3월에는 미국 에너지 전문업체와 약 1조5000억원 규모의 ESS 배터리 공급계약을 추가로 체결했다. 두 번째 계약 물량은 SPE 공장에서 생산해 올해부터 2029년까지 NCA와 LFP 배터리를 순차적으로 공급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소재삼성SDI ESS 시설 / 사진제공=삼성SDI


배터리를 찾는 전력 수요는 데이터센터에서 가파르게 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발간한 '에너지와 AI' 보고서에서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가 2024년 415테라와트시(TWh)에서 2030년 약 945TWh로 두 배 이상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가장 큰 증가 요인으로 꼽았다.


삼성SDI의 제품은 전력망과 서버 안으로 들어가고 있다. AI 데이터센터용 무정전 전원장치(UPS) 배터리에는 순간적으로 전력 수요가 치솟을 때 전력 품질을 안정화하는 기능을 넣었다. 서버에 설치하는 배터리 백업 유닛(BBU)용 제품은 정전 시 전력을 공급해 데이터가 소실되지 않도록 한다.


지난달 29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데이터센터 월드 아시아(DCWA) 2026' 전시에서도 UPS와 BBU, 일체형 ESS인 삼성배터리박스(SBB), 배터리 셀을 별도 공간에 배치했다. 원통형 LFP 배터리를 처음 공개했고, SBB 2.0에 탑재할 각형 LFP 배터리도 전시했다.


데이터센터 사업자와의 접점도 넓혔다. 삼성SDI는 삼성전자·삼성물산 등과 함께 미국 AI 인프라 기업 헬릭스 디지털 인프라스트럭처의 창립 투자자로 참여했다. 삼성 6개사가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총 10억달러다. 삼성SDI는 이를 계기로 UPS와 BBU 분야의 추가 사업 기회를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소재는 장기 계약으로...전고체는 로봇에도


미국에서 생산할 배터리에 들어가는 소재도 장기 계약으로 확보하고 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엘앤에프와 LFP 양극재 공급계약을 맺었다. 2027년부터 3년간 약 1조6000억원어치를 공급받고, 이후 3년간 추가 공급을 받을 수 있는 옵션을 확보했다. 이 물량은 미국 SPE 공장의 ESS용 배터리 생산에 투입할 예정이다.


에코프로비엠 전고체 배터리 소재 / 사진제공=에코프로비엠


포스코퓨처엠과의 거래도 늘렸다. 포스코퓨처엠은 지난 6일 삼성SDI와 6조원 규모의 LFP 양극재 장기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공급 기간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다. 지난 8월 합의했던 19만톤보다 공급 물량을 두 배 이상 늘렸다.


양사는 기존 NCA 중심 거래에 LFP 양극재를 추가했고, 앞으로 리튬망간산화물(LMO) 양극재와 인조흑연 음극재로도 협력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LMO는 삼성SDI가 AI 데이터센터 전용 UPS 배터리에 적용한 소재이기도 하다. 


차세대 배터리에 들어갈 소재도 함께 준비한다. 에코프로비엠과 삼성SDI는 지난 6일 전고체 배터리용 소재 개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2027년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 상용화를 목표로 개발 초기부터 품질 평가와 양산 체계 구축까지 협력한다.


삼성SDI가 셀 개발과 양산 기술 고도화를 맡고, 에코프로비엠은 전고체용 양극재와 양극용·분리막용 고체전해질 등 핵심 소재를 개발한다. 에코프로비엠은 연 40톤 규모의 황화물계 고체전해질 파일럿 설비를 운영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고체가 들어갈 기기도 자동차에 한정하지 않았다. 삼성SDI는 지난 3월 인터배터리에서 휴머노이드 등 피지컬 AI용 파우치형 전고체 배터리 샘플을 공개했다. 공간이 좁고 움직일 때마다 순간적으로 큰 출력이 필요한 로봇을 겨냥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인사이트


삼성SDI는 2027년 하반기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전기차용 각형과 함께 로봇용 파우치형을 개발하며, 항공시스템과 차세대 웨어러블로도 적용 분야를 넓힐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