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신간] 우리가 걸어온 길 나아갈 길

전쟁의 잿더미에서 불과 50년 만에 세계를 놀라게 한 나라, 대한민국. 그런데 정말 우리는 선진국이 됐을까? 가천대학교 최영한 교수가 던진 이 질문은 우리가 외면해온 불편한 진실을 정면으로 마주하게 만든다.


정치권은 30년째 같은 자리를 맴돈다. 지역주의라는 낡은 틀은 여전히 유권자의 선택을 가두고 있다.


교육 현장에서는 아이들에게 사고하는 방법 대신 정답을 찍는 기술만 전수해왔다. 세계를 사로잡은 K-컬처의 화려함 뒤편에는 우리 고유의 철학이 부재하다. '빨리빨리' 문화가 만들어낸 성과 뒤에는 날로 심해지는 사회적 격차가 자리한다.


사진 제공 = 미어캣북스


저자는 정치·경제·교육·문화·사회·독서라는 여섯 개 영역을 통해 이런 현실을 하나씩 파헤친다. 객관적 통계와 자료, 그리고 직접 체험한 생생한 현장의 목소리가 책 전체를 관통한다.


단단한 통나무를 쪼개는 도끼처럼, 이 책은 안주하던 우리의 인식을 깨뜨리고 진실에 다가간다. 우리에게 진짜 필요했던 것은 더 빠른 '압축 성장'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압축된 성찰'이었다는 깨달음을 전한다.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원조를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국가. 세계가 '한강의 기적'이라 부르는 성장을 이뤄낸 대한민국. 그러나 기적을 일궈낸 바로 그 강변에서 수많은 국민이 소리 없는 눈물을 흘린다. 기적의 나라에서 왜 이토록 많은 사람이 고통받는가.


'한강의 기적' 뒤에 숨겨진 '한강의 눈물'. 저자는 이 질문이야말로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점검하고 나아갈 방향을 찾는 데 반드시 필요한 출발점이라고 강조한다.


지역주의에 묶인 정치 구조, 산업화 시대의 낡은 공식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경제 시스템, 입시에만 집중된 교육, 화려한 한류 이면의 기초학문 공백, 갈수록 벌어지는 양극화까지. 저자는 통계와 자료, 시대를 관통한 개인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사회의 민낯을 있는 그대로 드러낸다.


다만 이 책은 비판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여섯 번째 창인 '독서'를 통해 스스로 읽고 사유하는 능력을 키우는 것이 다음 도약의 시발점이라는 해법을 제시한다. 압축성장을 넘어 진정한 선진국으로 가려면 지금 우리에게 무엇이 필요한지, 이 책은 명확하게 묻고 답한다.


우리가 걸어온 길을 정직하게 되돌아볼 때,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길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