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지도사로 12년째 일하고 있는 한 남성이 아내가 8년간 처가 친척들에게 자신의 직업을 보험설계사라고 속여왔다는 사실을 알게 돼 깊은 상실감을 느끼고 있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 '아내가 처가 친척들한테 제 직업을 숨기고 있었습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이 게재됐다. 글을 올린 A 씨는 "지난주 처가 쪽 결혼식에 갔다가 8년 만에 처음 알게 된 게 있다"고 글을 시작했다.
A 씨는 처음에는 장례지도사를 오래 할 생각이 없었지만, 고인의 마지막 길을 정리하는 일에 자부심을 갖고 일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내도 결혼 전부터 A 씨의 직업을 알고 있었고, 결혼 전 부모님께 인사드릴 때도 장례지도사라는 직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당시 장인은 "좋은 일 하는 사람"이라며 A 씨를 격려했다.
A 씨는 당연히 처가 식구들도 본인의 직업을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난주 금요일 처가 쪽 사촌의 결혼식 후 식사 자리에서 예상치 못한 상황이 벌어졌다.
아내의 이모가 A 씨에게 "김 서방은 요즘 보험 일 잘되냐"고 물었다. A 씨가 "보험이요?"라고 되묻자 옆에 있던 아내는 A 씨의 허벅지를 꾹 눌렀다. A 씨는 일단 "네"라고 답하며 상황을 모면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아내는 그동안 숨겨온 사실을 털어놨다. 아내는 "결혼할 때 엄마가 친척들한테는 보험 쪽 일이라고 하자고 했다. 장례 일 한다고 하면 어른들이 괜히 뒷말하니까"라고 말했다.
A 씨는 장모의 결정도 서운했지만, 8년 동안 자신에게 이 사실을 한 번도 말하지 않은 아내에게 더 큰 배신감을 느꼈다고 토로했다.
그는 "처가 어른들 일 생기면 제가 뭐라도 도와드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다"고 심경을 밝혔다.
실제로 3년 전 아내의 외할머니가 세상을 떠났을 때도 A 씨는 빈소 준비부터 발인까지 장례 절차를 직접 챙겼다. 당시 친척들이 "이런 걸 어떻게 이렇게 잘 아냐"고 묻자, 아내는 A 씨가 보험 일을 하다 보니 아는 것이 많다고 둘러댔다.
A 씨는 "그 얘기를 듣고 허탈해서 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돌이켜보니 그동안 이상했던 일들이 많았다고 회상했다.
처가 명절 모임에서 A 씨가 일 이야기를 꺼내려 하면 아내가 화제를 다른 곳으로 돌렸고, 친척이 명함을 달라고 했을 때도 아내가 "명함 다 떨어졌잖아"라며 막았다. A 씨는 당시에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지만 이제 와서 생각해 보니 모두 자신의 직업을 숨기기 위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아내는 미안하다는 뜻을 전하면서도 굳이 친척들에게 사실을 바로잡을 필요는 없지 않겠느냐는 입장이다. 어른들의 나이도 많은 만큼 괜히 일을 크게 만들고 싶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하지만 A 씨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다. A 씨는 "저는 제 일이 부끄러운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아내한테는 부끄러운 일이었나 싶어서 며칠째 마음이 무겁다"고 심경을 전했다.
누리꾼들은 "각별한 가족 아닌 이상 저 같아도 말 안 할 것 같다", "장인, 장모를 속인 거면 나쁘지만 가끔 만나는 친척들한테는 말 그대로 뒷말 나올까 봐 그런 것일 듯", "아내를 이해하시길"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