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9일(금)

'교육 목적'이라더니...탈모 카피바라까지 체험시킨 동물원 논란

민영 동물원 10곳 중 7곳이 '교육 목적' 예외 조항을 활용해 동물 체험을 지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털이 전부 빠진 카피바라와 자신의 발을 물어뜯는 사막여우까지 그대로 관람객과 접촉하도록 하면서 동물 학대 논란이 커지고 있다.


지난 6일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기후에너지환경부에서 받은 자료를 보면, 올해 9월 기준 전국 민영동물원 91곳 가운데 70곳이 '보유동물을 활용한 교육계획'을 제출하고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비율로 따지면 약 77%다.


2023년 12월 시행된 개정 동물원수족관법은 동물에게 불필요한 스트레스와 고통을 일으키는 먹이 주기, 만지기 등의 체험을 금지하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시행령이 교육계획서를 제출하면 예외로 인정하면서 법 제정 취지가 사실상 무력화됐다는 비판이 나온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올해 1~9월 민영 동물전시시설 23곳을 직접 조사했다. 그 결과 16곳에서 제출한 교육계획과 실제 운영하는 체험 내용이 달랐다. 교육계획을 아예 내지 않았거나 동물원 등록조차 하지 않고 체험을 운영한 곳까지 포함하면 조사 대상의 78%가 문제가 있었다.


일부 시설은 계획서에 기재한 체험 시간을 지키지 않았다. 직원의 통제 없이 관람객이 마음대로 동물을 만지도록 방치한 사례도 확인됐다.


특히 건강에 문제가 있는 동물까지 체험 대상으로 활용하는 실태가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올해 1월 전신 탈모 증상을 보인 카피바라 두 마리는 약 한 달이 지난 뒤에도 피부 이상이 남은 상태에서 관람객과 직접 접촉했다. 다리 질환으로 추정되는 증상으로 해당 부위를 계속 물어뜯는 사막여우도 먹이 주기 체험장에 그대로 전시됐다.


동물자유연대


동물자유연대는 질환의 원인과 감염 가능성이 확인되지 않은 동물을 체험에 사용하는 것은 동물복지는 물론 질병 전파 우려 등 공중보건 측면에서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는 뉴스1에 "현장 조사에서 확인한 위반 사례를 신고하고 과태료 등 행정처분을 요청해도 계도 조치에 그칠 뿐 실질적 제재로 이어진 경우는 거의 없었다"고 말했다.


조 대표는 "형식적인 계획서 제출만으로 체험이 허용되지 않도록 상시 점검과 위반 내용에 맞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육을 내세운 무분별한 동물 체험에 대한 경고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동물자유연대


지난 3월 이학영 의원과 동물복지국회포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동으로 국회 토론회를 열고 같은 문제를 지적했다.


당시 어웨어는 조사 대상 동물원 21곳 중 20곳이 체험용 먹이를 판매했고, 이 가운데 15곳은 급여량이나 구매 횟수에 아무런 제한을 두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매체에 "매뉴얼 개정만으로는 무분별한 체험을 규제하기 어렵다"며 만지기·먹이 주기 체험 금지와 동물원 교육 프로그램의 재정립을 촉구했다.


이학영 의원은 "법률로 동물체험을 금지했지만 시행령의 '교육 목적' 예외가 광범위하게 적용되면서 법의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교육 목적 예외의 기준을 재검토하고, 현장 점검과 제재를 강화하는 등 법의 실효성을 높일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