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 목표가 18만→29만원...로봇·냉난방공조 사업 가치 반영
북미 5GW 규모 냉각설비 공급...한·미 생산시설에 1500억원 투자
LG전자가 북미 5기가와트(GW) 규모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용 칠러 장기 공급계약을 따냈다. 신한투자증권이 로봇과 냉난방공조(HVAC) 사업 가치를 반영해 목표주가를 61% 높인 직후다. 높아진 몸값을 뒷받침할 AI 사업 성과를 대규모 계약으로 내놨다.
6일 LG전자에 따르면 미국법인은 북미 인프라 플랫폼 기업 에어컨트롤콘셉츠(AIR Control Concepts)와 AI 데이터센터용 칠러 장기 공급계약을 맺었다. 미국과 캐나다의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고효율 칠러를 순차 공급한다. AIR도 5일 별도 발표를 통해 계약 체결을 알렸다.
이번 계약은 개별 데이터센터마다 입찰에 참여하던 방식에서 공급 기간과 대상 프로젝트를 넓혔다. AIR는 북미 주요 데이터센터 지역에서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를 수행하며 글로벌 데이터센터 운영사들을 고객으로 두고 있다. LG전자는 이 회사와 다년간 칠러 공급관계를 맺었다.
계약금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용량과 냉각설비 구축비를 토대로 수조원대 사업 기회로 추산하고 있다. 실제 공급액은 칠러 사양과 주변기기, 설치·서비스 범위에 따라 달라진다.
장기계약에 앞서 생산시설 투자 계획도 내놨다. LG전자는 지난 1일 미국 신공장과 국내 평택·창원 공장에 총 1500억원을 투자한다고 밝혔다.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는 AI 데이터센터용 공랭식 칠러 공장을 마련하고, 평택과 창원에서는 생산라인을 확대한다. 국내 공장에는 컨베이어 기반 생산체계를 도입한다.
칠러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다른 냉각장비를 공급하는 방안도 논의하고 있다. LG전자와 AIR는 액체냉각 핵심 장비인 냉각수분배장치(CDU)를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LG전자는 칠러와 CDU, 반도체에서 발생하는 열을 직접 흡수하는 콜드플레이트를 아우르는 냉각 제품군을 갖추고 있다.
올해 상반기 LG전자의 AI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수주액은 6000억원을 넘었다. 회사는 연말 누적 수주액이 수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당초 2027년으로 제시했던 칠러 사업 매출 1조원 목표도 앞당겨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증권가는 냉난방공조와 로봇 사업을 기업가치 산정에 반영하고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지난 2일 '지금부터 달라진다'는 보고서에서 LG전자 목표주가를 18만원에서 29만원으로 61.1% 높였다. 지난 7월 31일 이후 약 두 달 만의 조정이다.
오강호 신한투자증권 연구위원은 가전과 차량 부문의 실적에 집중됐던 평가 기준이 로봇과 냉난방공조 사업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4분기부터 내년 1분기까지의 수주와 미국 소비자가전전시회(CES)를 신사업 가치를 평가할 계기로 꼽았다. 교보증권은 앞서 LG전자 목표주가로 35만원을 제시했다.
신한투자증권은 LG전자의 내년 주당순자산 추정치를 종전보다 10% 높여 잡았다. 여기에 2020~2021년 성장기에 적용받던 평균 주가순자산비율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산출했다.
LG전자는 늘어나는 북미 칠러 수요에 맞춰 미국 현지 생산도 준비하고 있다. 버지니아주 윈저 공장은 내년 상반기부터 AI 데이터센터용 공랭식 칠러를 생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