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24일(토)

식사 한 끼는 걱정 말아요...누구나 라면값 0원인 해남의 무인 라면가게

보글보글 끓는 라면 앞에 사람들이 모였다. 취향에 맞는 라면을 골라 끓이고, 먹음직스럽게 익은 면을 한 젓가락 크게 집어 든다. 밥도 반찬도 준비돼 있다. 이렇게 한 끼를 먹는 데 드는 돈은 0원이다.


전남 해남종합사회복지관에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무인 라면 카페가 문을 열었다. 복지관을 이용하던 사람이 아니어도 괜찮다. 라면 한 그릇 먹으러 들렀다가 이웃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갈 수 있는 곳이다.


문을 연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하루 수십 명이 이곳을 찾는다. 라면을 끓이는 기계 앞에서, 따뜻한 한 그릇을 마주한 자리에서 주민들의 일상이 조금씩 겹치고 있다.


MBC '뉴스데스크'


이곳을 마련한 돈은 고향사랑기부금에서 나왔다. 고향을 생각하며 보낸 기부가 라면과 밥, 반찬이 돼 주민들을 맞는다.


이용 방법도 어렵지 않다. 먹고 싶은 라면을 고르면 기계가 조리를 돕는다. 물을 얼마나 넣어야 할지, 불을 언제 꺼야 할지 신경 쓸 부담도 덜었다.


해남읍 주민 이영정 씨는 "집에서 하면 물 조정 같은 거 좀 못 하시잖아요. 그런데 여기는 자동으로 해주시니까"라며 편리함을 이야기했다.


따뜻한 한 끼만큼 주민들이 반기는 것은 함께 먹을 이웃이다. 맛있다는 말이 오가고, 식사하러 들른 자리에서 서로를 알아간다.


해남읍 주민 성영희 씨는 "맛있다고 좋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거예요. 친구같이 서로 사귈 수도 있는 그런 공간입니다"라고 말했다.


MBC '뉴스데스크'


해남군은 이렇게 사람들이 드나드는 공간에서 그동안 복지의 손길이 닿지 않았던 이웃을 찾으려 한다.


도움이 필요해도 먼저 사정을 꺼내지 못하는 주민이 있다. 어디에 도움을 청해야 할지 몰라 어려움을 혼자 견디는 이웃도 있을 수 있다. 군은 누구나 부담 없이 찾는 라면 카페가 이들과 만나는 접점이 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라면은 이용객이 직접 끓이지만, 현장에는 사회복지사가 배치돼 주민들의 안부를 살핀다. 자연스럽게 대화를 나누다 도움이 필요한 사정을 알게 되면 복지서비스로 연결할 계획이다.


송미라 해남군 희망복지팀장은 "이야기 못 하는 경우도 있고 내가 어렵지만 또 어렵지 않다고 하시는 분도 있기 때문에 저희 행정기관, 복지시설, 지역 주민의 협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라고 말했다.


라면 한 그릇을 먹으러 온 자리에서 누군가는 친구를 사귀고, 누군가는 혼자 꺼내기 어려웠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해남의 이 작은 카페는 밥과 반찬을 준비하고, 그 곁에서 이웃의 안부를 살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