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왕사남·오디세이 '천만영화' 두 편 터졌는데 영화관은 폐점... CGV·롯데시네마의 새 계산법

올해 극장가에서는 오랜만에 천만영화가 두 편이나 나왔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가 1600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았고,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도 지난달 천만 관객을 돌파했다. 지난해 사라졌던 천만영화가 한 해 두 편이나 등장하면서 극장가가 긴 침체에서 벗어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정작 영화관은 하나둘 문을 닫고 있다.


CGV 홈페이지 캡처


CGV는 지난 8월 판교점 영업을 종료했다. 2015년 현대백화점 판교점과 함께 문을 연 이곳은 IMAX와 4DX 등 특별관까지 갖춘 경기 남부의 대표 영화관이었다.


롯데시네마도 올해 초 안양점에 이어 8월 부평점과 합정점의 문을 닫았다. 메가박스 역시 지난달 신촌점과 동대문점을 정리했다.


멀티플렉스 업계는 수익성이 떨어지는 점포를 정리하는 동시에 관객이 몰리는 핵심 상권과 특별관에는 다시 투자하고 있다.


CGV는 지난 7월 여의도점을 리뉴얼하면서 4DX와 돌비 애트모스 등을 강화했고 3면 LED SCREENX도 도입했다. 롯데시네마 역시 인천 검단신도시에 새 영화관을 열면서 음향 특화관과 리클라이너 좌석을 배치했다.


이런 변화의 배경에는 달라진 관객 수와 관람 방식이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전국 극장 관객은 5705만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2% 늘었다. 흥행작이 이어지면서 시장도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스틸컷 / 쇼박스


하지만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연간 관객은 2억2667만명에 달했다. 올해 관객이 빠르게 늘고 있어도 과거 2억명 시대의 극장망을 그대로 유지할 만큼 수요가 회복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전국 영화관 수도 줄고 있다. 상설 영화관은 2024년 570곳에서 지난해 547곳으로 23곳 감소했고, 같은 기간 스크린과 좌석 수도 함께 줄었다.


영화 한두 편의 흥행만으로는 영화관 한 곳을 1년 내내 유지하기 어렵다.


천만 관객이 몰리는 작품이 나와도 다음 흥행작이 등장할 때까지 평일과 비수기 좌석을 꾸준히 채워야 임대료와 인건비, 시설 유지비 같은 고정비를 감당할 수 있다.


관객의 영화 소비 방식도 달라졌다. 예전처럼 가까운 극장에서 자주 영화를 보기보다 극장에서 볼 만한 대작이 나왔을 때 특정 상영관을 골라 찾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오디세이'. 작품은 국내에서 천만 관객을 돌파했고 IMAX를 비롯한 특별관 흥행이 두드러졌다 / 유니버설 픽쳐스


'오디세이'가 대표적이다. 아이맥스 관객만 110만명을 넘겼고 4DX와 돌비시네마까지 합친 특별관 관객 비중은 17%를 웃돌았다.


일반관보다 비싼 관람료를 내면서도 더 큰 화면과 좋은 음향을 찾는 관객이 적지 않았다는 의미다. 관객이 극장을 떠났다기보다, 이제는 '극장에서 봐야 할 이유'를 더 따지기 시작했다. 


CJ CGV는 올해 2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 115억원을 기록하며 실적이 개선됐지만 국내 영화관 사업은 6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적자 폭은 줄었지만 국내 극장 사업만 놓고 보면 아직 흑자로 돌아서지 못했다.


롯데시네마를 운영하는 롯데컬처웍스도 같은 기간 매출은 증가했지만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콘텐츠 사업 관련 일회성 비용이 반영됐지만, 관객 증가가 곧바로 수익성 회복으로 이어진 것은 아니었다. 


영화관 업계도 점포 수를 유지하기보다 수익성을 따지기 시작했다. 수요가 충분하지 않은 곳은 줄이고, 관객이 찾아올 가능성이 높은 상권과 특별관에는 투자를 집중한다.


두 편의 천만영화는 관객이 극장을 완전히 떠났다는 통념을 깼다. 대신 관객은 작품과 상영관을 더 까다롭게 골라 극장을 찾고 있다.


CGV여의도 전경 / CGV


극장 업계의 경쟁도 '얼마나 많이 여느냐'에서 '어디를 남기고 어디에 투자하느냐'로 바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