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美 여자 사형수 두 차례 독극물 투여에도 생존... 집행 중단

미국 테네시주에서 31년 전 살인죄로 사형을 선고받은 50세 여성 사형수가 독극물 주사를 두 차례 투여받고도 살아남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지난 1일 영국 공영방송 BBC 등 외신에 따르면 크리스타 파이크는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테네시주 내슈빌 소재 교도소에서 사형 집행을 받던 중 사형용 약물을 두 차례나 투여받았음에도 생존해 병원으로 긴급 이송됐다.


사형 집행 현장을 지켜본 취재진은 파이크가 약물을 투여받은 뒤에도 명백히 의식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약물 투여 40분이 지난 시점에서도 그가 코를 고는 소리가 들렸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파이크의 변호인단은 테네시주 대법원에 긴급 집행 중단 신청서를 제출했다. 변호인단은 이번 사형 집행 과정이 수감자에게 극심한 고통을 안겼다며, 잔혹하고 비정상적인 형벌을 금지한 수정헌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BBC 유튜브 캡처


테네시주 교정 당국은 성명을 통해 파이크의 생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주정부가 정해진 절차에 따라 사형 집행을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테네시주는 첫 번째 약물 투여 후 사망하지 않을 경우 두 번째 약물을 투여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두 번째 투여 이후에도 수감자가 생존했을 때에 대한 추가 지침은 마련되지 않은 상태다.


테네시주 사형정보센터는 AP통신에 과거 정맥을 찾지 못해 사형 집행이 중단된 사례는 7건 있었지만, 실제로 약물을 투여받은 사형수가 생존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파이크의 사형이 예정대로 집행됐다면 그는 테네시주에서 약 200년 만에 사형이 실제 집행된 여성 사형수가 될 예정이었다. 빌 리 테네시 주지사는 성명에서 사태 파악을 위한 제삼자 조사를 지시했으며, 올해 예정된 모든 사형 집행을 보류하겠다고 발표했다.


파이크는 1995년 당시 18세의 나이로 19세 콜린 슬레머를 살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았다.


파이크는 남자친구와 함께 피해자를 숲속으로 유인한 뒤 흉기로 공격하고 돌로 구타해 살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피해자의 몸에 오각별 모양이 새겨져 있었던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 사건은 '사탄 숭배' 범죄로 미국 사회의 큰 관심을 끌었다.


파이크는 약 30년간의 수감 생활 동안 어린 시절 성적 학대를 당했다는 점을 근거로 감형을 청원해왔다. 그는 청원서에서 "나는 정신질환을 앓고 있던 18세 아이였다. 내가 한 일이 얼마나 심각한 일이었는지를 깨닫는 데만도 여러 해가 걸렸다"고 밝혔다.


미국 항소법원은 사형 집행 1시간 전 파이크가 주장한 성적 학대 사실이 형 선고 당시 충분히 고려됐는지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집행 정지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몇 시간 뒤 연방대법원이 이 결정을 번복하면서 사형 집행 절차가 재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