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살자(들)'의 흥행 이후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곤란한 상황에 처하고 있다. 학생들이 영화에서 다룬 1974년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의 진실을 두고 논쟁을 벌이면서 교사들은 어떤 설명도 하기 어려운 딜레마에 빠졌다.
2일 국민일보 보도에 따르면 경기도의 초등교사 A씨는 추석 연휴가 끝난 뒤 수업 시간에 예상치 못한 질문 공세를 받았다.
학생들은 "실제로 총성이 몇 발 울린거냐" "진짜 자작극이었던 거냐" "북한 소행이 맞느냐"며 영화 속 사건의 진실을 따져 물었다.
A씨가 담당하는 학교의 교과서는 근현대사를 1950년 한국전쟁까지만 다루고 있어 육 여사 피격사건은 정규 교육과정 밖의 내용이었다. A씨는 1일 "특정 해석을 전달했다가 교사 개인이 책임져야 하는 부담이 있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일선 교육 현장에서는 영화 흥행 때마다 이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교과서에서 충분히 다루지 않은 현대사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 인기를 끌 때마다 교사들은 사실과 허구를 구분해 설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중학교 역사교사 B씨는 "5·18민주화운동을 다룬 '택시운전사'와 6월 항쟁을 배경으로 한 '1987'처럼 교육과정에서 많이 다뤄진 사건이 나온 작품은 수업자료로 활용할 수 있지만, 그 외의 사건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접근 자체가 힘들다"고 설명했다.
학생들은 유튜브나 소셜미디어를 통해 얻은 정보를 바탕으로 교사에게 근현대사 관련 질문을 던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교사가 어떤 답변을 하더라도 학교로 민원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초등교사 C씨는 수년 전 국채보상운동을 가르치면서 학생들의 흥미를 유도하려고 상황극을 진행했다가 학부모로부터 '역사를 왜곡하지 말라'는 항의 전화를 받았다.
단체관람이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한다. 지난달 말 울산의 한 고등학교가 '암살자(들)' 단체관람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소셜미디어에서 '역사왜곡 논란이 있는 영화를 학생들에게 단체로 보여주는 게 맞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학교와 교육청에 민원을 제기하자는 움직임도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이 역사적 사건을 다양한 관점에서 논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매체에 "학생이 공식 기록과 당시 신문 기사, 사료 등을 비교·검증하고 토론하도록 하는 게 학교의 역할"이라고 말했다. 윤상현 경남대 역사학과 교수도 "영화의 사실 여부를 따지는 데 그치지 않고 왜 그런 해석이나 가정이 등장했는지 살펴보는 것도 당시 사회를 이해하는 교육이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교육당국의 적극적인 지원도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과 명예교수는 "현대사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확산할 경우 교육청이 학생들에게 최소한의 사실관계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줄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교육청 등 관계기관이 교사들이 수업에 참고할 만한 자료나 지침을 마련하는 등 현장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