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 입시 뒷바라지에 모든 일상이 매몰되면서 가정 내에서 투명인간 취급을 받는다는 16년 차 가장의 사연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많은 가장들의 공감을 사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중학교 3학년과 1학년 두 자녀를 둔 40대 가장 A씨의 글이 올라왔다. 공장에서 주야 교대 근무를 하는 A씨는 요즘 아내와 나누는 일주일 치 대화의 전부가 학원비 이체, 강사 교체, 레벨테스트 일정, 차량 픽업, 카드값 확인 등 오로지 자녀 교육과 지출에 관련된 용건뿐이라고 털어놨다.
월급 대부분 학원비로 지출
A씨는 세후 300여만 원의 월급 중 200만 원가량을 두 아이의 수학, 영어, 과학, 논술 학원비로 지출하고 있다.
아내 역시 파트타임으로 일하며 버는 수입을 전부 아이들 간식비와 교재비로 충당하는 상황이다. A씨는 아이들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깝지 않지만, 자신을 대하는 가족의 태도와 관계의 단절에서 오는 상실감이 크다고 호소했다.
지난달 맞이한 생일에는 아내가 첫째의 모의고사 성적표 확인에 몰두하느라 생일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결국 A씨는 미역국 대신 편의점 도시락으로 끼니를 때운 뒤 쓸쓸히 야간 출근길에 올랐으나 아내는 여전히 그 사실을 알지 못하고 있다.
시간표에 빠진 가장의 이름
상실감은 일상 곳곳에서 이어졌다. 야간 근무를 마치고 귀가한 어느 날 아침, 식탁에서 요일별 학원 일정과 픽업 시간을 엑셀로 정리하던 아내의 표를 본 A씨는 허탈감을 감추지 못했다.
아이들의 이름과 픽업 시간은 칸마다 빼곡했지만, 집안에서 자신의 자리는 오직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 하나뿐인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주말에 둘이 밥이라도 먹자는 제안에도 아내는 아이 레벨테스트 일정을 들며 쌀쌀맞게 반응했다.
A씨는 "아이들 입시가 끝날 때까지 4년이 남았는데, 그때 우리가 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을지 모르겠다"며 "동료 선배들도 자녀 대학 진학 후 각방을 쓴다는데 두려움이 앞선다"고 적었다.
사연을 접한 네티즌들은 "가장을 돈 버는 기계로만 취급하는 전형적인 한국 입시 가정의 비극", "자녀를 위해 희생하더라도 부부 관계가 우선순위에서 밀려나면 결국 빈 둥지 증후군으로 이어진다"며 안타까움을 나타냈다. 반면 "중3, 중1 연년생 입시 시기에는 엄마도 극도로 예민해져 여유가 없을 수 있다", "가족 전체가 한마음으로 견뎌야 하는 입시 과도기 현상"이라는 의견도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