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을 어깨높이로 쭉 뻗어 엄지손톱 끝을 한쪽 눈으로 가만히 응시해본다. 이때 손톱 주변의 사물이나 책의 글씨 일부가 마치 까맣게 먹칠한 듯 지워져 보인다면 '중심 암점'을 의심해야 한다. 안과 전문의들은 이 증상이 나타난 시점에는 이미 시신경 섬유의 3분의 1가량이 손상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한다.
테스트 방법은 간단하다. 한쪽 눈을 손바닥으로 가린 뒤 반대쪽 눈으로 엄지손톱 끝에 초점을 고정하고, 시선은 고정한 채 주변 시야에 들어오는 사물의 윤곽이나 글자가 끊겨 보이는지 확인하면 된다. 정상 시야라면 손톱 주변 사물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인지되지만, 녹내장으로 시신경이 손상되면 특정 구역의 상이 아예 전달되지 않아 검은 얼룩처럼 비어 보인다. 문제는 이 암점이 양쪽 눈을 함께 뜨고 있을 때는 서로의 시야가 겹쳐 보완되면서 좀처럼 자각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방치하면 되돌릴 수 없다
녹내장은 안압 상승이나 시신경 주변 혈류 장애로 시신경 섬유가 서서히 파괴되는 질환이다. 통증이나 충혈 같은 자각 증상이 거의 없이 주변부 시야부터 좁아지기 때문에 환자 스스로 이상을 느끼고 병원을 찾았을 때는 이미 상당한 손상이 진행된 경우가 많다. 한번 죽은 시신경 세포는 재생되지 않아, 안압을 정상 범위로 낮추는 치료를 받더라도 이미 소실된 시야는 복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안과에서는 녹내장을 "소리 없이 시력을 훔쳐가는 도둑"에 빗대어 조기 발견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40대 이후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부모나 형제 중 녹내장 환자가 있는 경우 발병 위험이 일반인보다 뚜렷이 올라간다. 고도근시나 당뇨병을 앓고 있는 경우, 스테로이드 약물을 장기간 사용한 경우도 위험군에 포함된다. 안압이 정상 범위(10~21mmHg)에 속하더라도 시신경이 유독 약하거나 혈류 공급이 원활하지 않으면 녹내장이 발생하는 '정상안압 녹내장' 사례도 전체 환자의 상당수를 차지한다는 게 안과계의 설명이다.
환자 100만명 넘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국내 녹내장 진료 인원은 꾸준히 증가해 최근 100만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60대 이상 고령층에서 증가 폭이 두드러지는데, 평균 수명이 늘면서 고령 인구 자체가 많아진 데다 건강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 겹친 결과로 분석된다. 반면 2030세대에서도 스마트기기 사용 증가와 함께 안압 관리 소홀로 인한 녹내장 발병 사례가 꾸준히 보고되고 있다.
전문의들은 40세 이상이라면 특별한 증상이 없어도 1~2년에 한 번씩 안압검사와 시야검사, 안저검사를 함께 받을 것을 권고한다. 단순 안압 측정만으로는 정상안압 녹내장을 걸러내지 못하는 만큼, 시신경유두 사진 촬영이나 빛간섭단층촬영(OCT)을 통해 시신경 섬유층의 두께 변화를 함께 살펴야 한다는 설명이다.
수술법도 다양해졌다
치료는 안압을 낮춰 시신경 손상 속도를 늦추는 데 초점이 맞춰진다. 1차적으로는 안압하강 점안액을 사용하고, 약물로 조절이 안 되면 레이저홍채절개술이나 레이저섬유주성형술을 시행한다. 최근에는 기존 수술보다 절개 범위를 최소화한 미세침습 녹내장수술(MIGS)이 확산하면서 회복 기간을 줄이고 합병증 위험을 낮춘 치료 선택지가 늘었다. 삽입형 임플란트를 활용해 방수 배출을 돕는 장치도 임상에서 활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