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한미약품 '4자 연합' 600억 소송, 승자는 신동국... 송영숙·임주현 모녀 패소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손잡았던 '4자 연합'이 경영 현안을 둘러싸고 갈라선 가운데, 신동국 한미사이언스 회장이 송영숙 한미그룹 회장과 임주현 한미그룹 부회장 등이 제기한 600억 원 규모 위약벌 청구소송 1심에서 승소했다. 


1일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30부(재판장 김석범)는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사모펀드 라데팡스파트너스 측 킬링턴 유한회사가 신 회장을 상대로 낸 약 600억 원 규모 위약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소송비용 역시 원고들이 부담하도록 했다.


이번 소송은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결성된 '4자 연합' 내부 갈등에서 비롯됐다. 4자 연합은 2024년 한미그룹 경영권 분쟁 당시 신 회장이 송 회장과 임 부회장 모녀, 라데팡스파트너스와 손잡으면서 구성됐다. 당시 이들은 임종윤·임종훈 형제 측에 맞서 경영권을 확보하고, 오너 일가 중심의 경영에서 벗어나 전문경영인 체제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세웠다.


하지만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된 이후 4자 연합 내부에서는 신사업 투자와 자금 조달, 교환사채(EB) 발행 등 주요 경영 현안을 놓고 이견이 커졌다. 특히 서울 반포 지역에서 추진된 시니어케어 사업을 둘러싸고 양측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송영숙(왼쪽) 한미그룹 회장, 임주현(오른쪽) 한미약품그룹 부회장 / 사진 = 뉴스1, 한미약품그룹 제공


쟁점이 된 사업은 2025년 6월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추진이 의결됐다.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이후 신 회장 측이 이사회를 다시 열어 기존 결의를 사실상 뒤집고 사업을 무산시켰다고 주장했다. 4자 연합이 체결한 주주 간 계약에는 주요 경영 현안에 대한 의결권 공동행사 등의 내용이 담겨 있었던 만큼, 신 회장이 공동 의사에 따라 사업을 추진해야 할 의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이에 송 회장과 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에게 약 600억 원의 위약벌을 청구했다.


반면 신 회장 측은 시니어케어 사업에 대한 최종적인 투자 합의가 이뤄진 상태가 아니었다고 맞섰다. 사업의 핵심 협력 대상으로 거론됐던 성모병원의 참여 여부도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었던 만큼, 투자 위험과 사업 전제조건을 다시 검토하기 위해 이사회를 재차 개최하는 것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라는 주장이다.


법원 역시 신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최종 결정을 위해 투자 재논의 안건을 이사회에 상정한 것이 원고와 피고의 합의를 벗어난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원고와 피고의 관련 이사회 상정 합의를 넘어서 투자하기로 하는 합의가 있었다고 볼 만한 증거가 없다"고 밝혔다. 시니어케어 사업에 대한 최종 투자 합의가 있었다고 보기 어려운 만큼, 재논의를 위해 이사회에 안건을 올린 것 역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한 행위로 볼 수 없다는 취지다.


이번 판결은 4자 연합 내부에서 벌어진 갈등이 단순한 신사업 투자 여부를 넘어 주주 간 계약의 해석과 의결권 행사 문제로 확대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4자 연합은 경영권 분쟁 당시에는 공동의 이해관계 아래 결집했지만, 이후 주요 경영 현안을 둘러싼 의견 차이가 커지면서 사실상 신 회장 측과 송 회장·임 부회장 측으로 나뉘었다.


한미약품,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 / 사진 = 인사이트, 한미약품 제공


양측은 이후 서로 주주 간 계약을 위반했다고 주장하며 법적 대응을 이어갔다. 신 회장 측은 임 부회장 등을 상대로 의결권 공동행사 의무 위반 등을 문제 삼았고, 송 회장·임 부회장 측은 신 회장을 상대로 자산 가압류와 위약벌 청구에 나섰다.


앞서 법원은 지난 7월 신 회장이 임 부회장을 상대로 신청한 한미사이언스 주식 약 100억 원 상당의 가압류 신청을 받아들였다. 여기에 이번 위약벌 청구소송 1심에서도 신 회장 측이 승소하면서 양측의 법정 공방에서 신 회장 측에 유리한 판단이 추가됐다.


다만 이번 판결로 분쟁이 완전히 마무리된 것은 아니다. 원고 측이 항소할 경우 서울고법에서 2심 판단이 이어질 수 있다. 향후 항소심 결과와 함께 주요 주주들의 지분 및 의결권 행사 방향, 이사회 구성 등이 한미그룹 지배구조에 영향을 미칠 주요 변수로 거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