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0월 02일(금)

울산서 만들던 투싼 HEV 미국으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5억달러 투자

현대자동차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 5억달러(약 6780억원)를 추가 투자한다. 현재 울산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는 투싼 하이브리드(HEV)를 현지에서 직접 만들고, 내년에는 싼타페 주행거리 연장형 전기차(EREV)까지 현지 생산에 들어간다.


미국에서 하이브리드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는 데다 한국산 자동차에 15% 관세가 적용되는 만큼 잘 팔리는 차종부터 현지 생산으로 돌려 가격 경쟁력과 시장 대응력을 동시에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한미 합의에 따라 한국산 자동차와 자동차 부품에 적용하는 품목관세를 15%로 낮췄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은 지난 29일(현지시간)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오토모티브 뉴스 콩그레스'에서 앨라배마 공장 추가 투자 계획을 공개했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 현대자동차그룹


무뇨스 사장은 "앨라배마 공장에서 투싼 하이브리드를 생산하고 이후에는 싼타페 EREV도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5억달러는 신형 엔진과 하이브리드 부품, EREV 파워트레인을 개발·생산할 수 있도록 앨라배마 공장을 확대하는 데 투입된다.


잘 팔리는 투싼 HEV, 울산서 美 앨라배마로


투싼은 현대차의 미국 판매를 이끄는 대표 SUV다. 앨라배마 공장은 현재 투싼을 생산하고 있지만 투싼 하이브리드는 울산공장에서 생산한 물량을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앨라배마에서는 이미 싼타페 하이브리드가 생산되고 있다.


이번 투자로 투싼 하이브리드까지 현지 생산 라인업에 합류하게 된다.


지난 18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디 올 뉴 투싼 미디어 데이 / 인사이트


현대차 입장에서는 관세 부담을 낮추는 동시에 미국 시장에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하이브리드 물량을 현지에서 보다 탄력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시장 상황도 현대차에 유리하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8월 미국에서 판매된 현대차 하이브리드는 전년 동월보다 33% 증가하며 역대 8월 최대 판매량을 기록했다.


특히 투싼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약 12%에서 지난해 약 31%로 뛰었다. 투싼 3대 가운데 1대 가까이가 하이브리드로 팔렸다. 


하이브리드 판매 확대는 현대차그룹의 미국 점유율 상승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에서 생산된 '2022년 올 뉴 투싼' / 현대차 미국 앨라배마공장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지난 7월과 8월 미국 시장에서 포드를 제치고 두 달 연속 점유율 3위에 올랐다. 특히 8월 점유율은 12.9%로 미국 진출 이후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최근 미국에서는 전기차 수요 둔화와 맞물려 하이브리드 경쟁력이 완성차 업체의 점유율을 가르는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콕스 오토모티브는 하이브리드 라인업이 강한 현대차·기아와 토요타 등이 상대적으로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음은 싼타페 EREV... 美서 생산해 내년 상반기 출시


현대차는 이번 투자를 통해 EREV 생산 기반도 갖춘다.


EREV는 전기모터로 바퀴를 굴리되 배터리가 부족해지면 내연기관이 발전기 역할을 해 배터리를 충전하는 방식이다. 


순수 전기차의 주행 감각을 유지하면서 충전과 주행거리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완성차 업체들이 주목하고 있다.


싼타페 / 현대자동차


첫 모델은 싼타페 EREV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싼타페 EREV를 출시하고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는 총주행거리 목표를 600마일(약 966㎞) 이상으로 제시했다.


투싼에도 향후 EREV 파워트레인을 적용하는 방안이 추진된다. 하이브리드에 이어 EREV까지 현지 생산 체계를 갖추면서 앨라배마 공장의 역할도 기존 내연기관·하이브리드 생산을 넘어 북미 전동화 전략의 핵심 거점으로 확대되는 모습이다.


260억달러 美 투자…픽업까지 현지 맞춤형으로


이번 5억달러 투자는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대규모 미국 현지화 전략의 연장선에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에 2025년부터 2028년까지 총 260억달러를 추가 투자하겠다고 발표했다. 자동차 생산뿐 아니라 루이지애나 전기로 제철소와 로봇 생산시설 등 미국 내 공급망 전반을 확대하는 계획이다.


현대차는 2030년까지 북미 생산능력을 현재 계획보다 50만대 추가 확대하고 부품 현지 조달 비중도 80% 이상으로 끌어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전경 / 현대차그룹


북미에서 판매하는 하이브리드 모델도 2030년까지 10종 이상으로 확대하고 전체 판매에서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50%까지 높일 계획이다. 생산은 앨라배마 공장과 조지아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가 맡는다.


미국 소비자를 겨냥한 차종도 늘린다. 현대차는 현재 바디 온 프레임 방식의 중형 픽업트럭을 개발하고 있다. 픽업 시장은 포드와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가 강한 영향력을 가진 시장이다.


무뇨스 사장은 픽업트럭과 관련해 "품질 면에서 눈에 띄게 발전했고 다음 도전을 위한 준비가 됐다"며 "경쟁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투싼 하이브리드에 이어 싼타페 EREV, 향후 픽업트럭까지 현지 생산 라인업이 확대되면 관세 부담을 낮추는 효과뿐 아니라 미국 소비자의 수요 변화에 대응하는 속도도 한층 빨라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