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동안 노력한 스스로를 믿고 자신 있게 도전하세요"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일본을 직접 찾아 한국 양궁 대표팀을 격려했다.
말뿐인 응원은 아니었다.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1인 1실 숙소부터 전용 휴게공간, 맞춤 식단을 준비했고 국내에서는 일본 경기장을 그대로 옮겨놓은 모의 세트장까지 만들었다.
30일 현대차그룹 등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 29일 일본에 도착한 직후 컴파운드 남녀 대표팀 선수·코치진과 점심 식사를 함께했다.
최용희, 김종호, 최은규, 박정윤, 박예린, 강연서 선수와 세르지오 팡이 감독 등이 자리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을 한 명씩 격려하며 "긴장하지 말고 편안하게, 평소 하던 대로 활을 쏘면 된다"고 말했다.
이어 오카자키 양궁경기장을 찾아 리커브 여자 개인 예선을 지켜봤다. 8강에 오른 강채영과 오예진을 비롯해 이윤지 등 선수들과 양궁협회 관계자들도 만났다.
30일에는 컴파운드 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봤다. 한국은 혼성 단체전에서 최용희와 박정윤이 은메달을 따냈고, 여자 단체전에서는 박정윤·박예린·강연서가 동메달을 획득했다. 남자 단체전은 메달을 얻지 못했다.
경기장 20분 거리 '1인 1실'... 카페 하나를 통째로 빌렸다
현대차그룹과 대한양궁협회의 지원은 대회가 시작되기 전부터 진행됐다.
선수단 숙소는 경기장에서 차로 약 20분 거리 호텔에 마련했다. 선수들이 충분히 쉴 수 있도록 1인 1실을 제공했다.
경기장 인근 카페는 대표팀 전용 휴게공간으로 바꿨다. 경기를 마친 선수들이 외부 이동을 최소화하면서 식사하거나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먹거리도 따로 챙겼다. 한국에서 조리사를 파견해 현지 한식당과 함께 선수단 식사를 준비했다. 선수별 기호와 알레르기 등을 반영했고, 컴파운드 선수단과의 식사에는 나고야 지역 명물인 장어덮밥도 특식으로 올랐다.
일본 경기장, 진천에 먼저 만들어놨다
더 눈에 띄는 부분은 국내에서 진행한 사전 훈련이다. 대한양궁협회와 현대차그룹은 실제 경기가 열리는 일본 오카자키 경기장의 구조와 바람 등 환경을 분석한 뒤 진천선수촌에 경기장을 재현했다.
표적과 발사대뿐 아니라 미디어 믹스트존, 장내 안내방송과 관중의 환호, 배경 음악, 방송 카메라까지 실제 대회와 비슷한 환경을 만들었다.
국가대표 12명과 최종 평가전에서 탈락한 선수 20명 등 정상급 선수 32명이 참여해 실전 형태의 평가전도 치렀다.
관중 소음에 대비한 훈련도 따로 진행했다.
지난 9월 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프로야구 관중의 함성과 응원가를 들으며 활을 쐈다. 조용한 양궁 훈련장에서는 만들기 어려운 경기장 압박감을 미리 경험하도록 한 것이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이러한 지원은 지난 2024년 파리올림픽 때도 빛을 발했다.
당시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는 파리 앵발리드 양궁경기장을 진천선수촌에 재현했다. 세계 정상급 선수들과 반복해서 실전 훈련을 할 수 있도록 선수와 일대일로 겨루는 '슈팅 로봇'도 개발해 투입했다.
파리 현지에서는 경기장에서 약 300m 떨어진 곳에 선수단 전용 휴게공간을 마련하는 등 경기 외적인 변수도 줄였다. 한국 양궁은 당시 남녀 개인·단체와 혼성 단체까지 금메달 5개를 모두 가져갔다.
현대차그룹과 한국 양궁의 동행은 1985년 시작됐다. 40년 넘게 후원을 이어오고 있으며 정의선 회장은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다.
현대차그룹과 양궁협회의 지원은 선수 선발이나 경기 운영보다 선수들이 경기력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도 지원의 초점은 숙소와 식사, 휴식 공간, 실전 훈련 등 선수들이 경기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맞춰졌다.
정 회장이 일본까지 찾아 선수들에게 건넨 말도 같은 맥락이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그동안 노력한 스스로를 믿고 자신 있게 도전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