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익산시에서 계약 업무를 담당하던 5급 공무원이 수의계약 청탁 대가로 현금과 상품권 등을 받아 챙긴 혐의로 징역 2년형이 확정됐다.
30일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익산시 5급 공무원 A씨(58)의 상고를 기각하고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그대로 확정했다고 법조계가 밝혔다. 법원은 A씨에게 추징금 1265만원도 함께 명령했다.
A씨는 익산시청 계약관리 계장과 회계과장으로 재직하면서 수의계약 관련 업무를 담당했다. 그는 2021년 9월부터 2025년 7월까지 4개 업체로부터 간판개선 사업 등의 계약을 따낼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청탁과 함께 현금과 상품권, 식사·골프 접대 등 총 1465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A씨가 받은 뇌물의 구체적 내역을 보면, 2021년 한 업체 이사로부터 수의계약 수주를 부탁받고 8차례에 걸쳐 백화점 상품권 800만원 상당을 챙겼다. 2024년부터 2025년까지는 다른 업체 대표에게도 같은 청탁과 함께 현금 300만원을 받았다.
더욱 놀라운 것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발견된 금품의 규모다. 경찰은 2025년 7월 익산시청 회계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했고, A씨는 영장 사본을 통해 자신의 승용차가 수색 대상에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A씨는 이를 확인한 뒤 동생에게 차량을 이동하도록 지시했다. 당시 승용차 안에는 현금 9140만원과 상품권 853만원 상당, 순금 3돈(11.25g)짜리 세공품 2점 등 약 1억원에 달하는 금품이 보관돼 있었다. A씨의 동생은 차량 안에 있던 금품을 친구에게 넘겼으나, 경찰이 차량이 시청 주차장에서 사라진 사실을 확인한 뒤 A씨를 추궁해 결국 금품을 모두 확보했다.
재판 과정에서는 뇌물수수 범위와 차량 이동 행위에 대한 판단이 심급마다 엇갈렸다. 1심 재판부는 업체 대표에게 현금 200만원을 받았다는 부분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무죄로 판단했으나, 나머지 뇌물수수 혐의는 인정해 징역 1년과 벌금 2000만원을 선고하고 1265만원을 추징했다.
차량 속 금품을 숨기려 한 행위에 대해서는 1심이 증거은닉교사죄를 인정했다. 1심 재판부는 금품 자체가 훼손되거나 없어지지 않은 채 발견됐지만 숨긴 행위 자체가 증거은닉에 해당한다고 봤다.
하지만 2심에서는 결론이 일부 바뀌었다. 항소심 재판부는 1심이 무죄로 본 현금 200만원 수수까지 뇌물로 인정하며 징역을 2년으로 높이고 벌금도 3000만원으로 올렸다.
반면 증거은닉교사 혐의에는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차량에서 나온 금품이 애초 압수수색 영장에 압수 대상으로 기재된 물건이 아니었고, 경찰이 해당 금품을 어렵지 않게 확보할 수 있었던 점 등을 근거로 A씨의 행위가 방어권을 남용한 수준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A씨는 계약 업무 담당 공무원으로서 약 4년에 걸쳐 직무 관련성 있는 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뇌물을 수수해 지방자치단체의 공정성과 불가매수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크게 훼손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수사 과정에서 대부분 비협조적인 태도로 일관하는 등 범행 후의 정황도 좋지 않다"면서도 "다만 재판 과정에서 뇌물수수 행위에 대해 대체로 인정하며 용서를 구하는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항소심 판단에 법리 오류가 없다고 보고 A씨의 상고를 기각했다. 이에 따라 A씨에게는 징역 2년과 벌금 3000만원, 추징금 1265만원이 최종 확정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