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층 사이에서 취미를 목표를 세워 관리하는 '하비맥싱'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기록 앱과 SNS가 생산성 강박을 부추기지만 전문가들은 지나친 목표 설정이 즐거움을 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최근 쉬는 시간조차 생산성으로 가득 채우려는 젊은 세대의 새로운 트렌드가 화제다.
취미 활동에도 목표를 설정하고 성과를 기록하며, 마치 업무처럼 관리하는 이른바 '하비맥싱(hobbymaxxing)' 현상이 SNS를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미국 일간 워싱턴포스트(WP)는 이 같은 현상을 보도하며 독일 브레멘에 거주하는 18세 바오 레를 소개했다. 레는 폴댄스부터 헬스, 달리기, 볼더링을 비롯해 피아노·바이올린·기타 연주, 디제잉까지 소화한다.
여기에 바느질, 그림, 네일아트, 체스, 스도쿠, 독서도 병행한다. 그는 매일 세 가지 취미를 선택해 연습하고, 달리기 기록은 운동 앱 '스트라바'에 꼼꼼히 남긴다.
레는 "생산적인 일을 한다는 느낌 때문에 계속하게 되지만 사실 편안하지는 않다"며 "생산적이지 않은 활동을 하면 시간을 낭비하는 것 같다"고 털어놨다.
미국 뉴욕의 23세 컨설턴트 아든 윰은 6주 단위로 취미 계획표를 작성한다. 윰은 운동과 독서 목표를 세우고 달성하면 좋아하는 식당이나 스파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자신에게 보상을 준다.
그는 "TV를 1시간 보고 나면 생산적인 일을 하나도 안 했다는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WP는 이런 현상을 부추기는 주범으로 각종 기록 앱과 SNS를 지목했다. 영화는 '레터박스', 책은 '굿리즈', 게임은 '백로그드', 방문한 식당은 '벨리' 등 취미 활동마다 전용 기록 플랫폼이 존재한다.
캐나다 토론토대 심리학 교수 마이클 인즐리히트는 지표가 생기는 순간 사람들이 그 수치를 높이려는 경향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취미 활동도 기록과 비교가 가능해지면서 '더 많이, 더 잘해야 한다'는 강박이 생긴다는 분석이다.
SNS 역시 큰 영향을 미친다. 타인이 운동하고 독서하며 자기계발하는 모습을 끊임없이 보다 보면 자신의 일상과 비교하게 된다. 레는 "다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 일을 하는 것을 보면 내가 뒤처진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문화사회학자 사라 프리츠는 SNS와 웨어러블 기기 등이 여가를 생산성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만든다고 분석했다. 쉬는 시간조차 '회복 후 얼마나 더 잘할 수 있는가'를 위한 시간으로 인식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취미에 지나친 목표와 기록을 붙이면 오히려 즐거움이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인즐리히트 교수는 "일정 수준까지는 노력이 활동의 의미를 높이지만 그 지점을 넘으면 오히려 의미가 줄어든다"고 지적했다.
국내에서도 유사한 현상이 확산 중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번진 '갓생' 열풍이나 하루를 빼곡하게 채운 '투 두 리스트(To Do List·할 일 목록)'는 부지런하고 생산적인 삶을 추구하는 분위기를 반영한다.
SNS에는 운동·독서·공부 등 일상 루틴을 인증하는 게시물이 쏟아지고, 하루를 빈틈없이 관리하는 삶이 자기관리의 기준으로 자리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