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북한군 포로 2명의 한국 송환 사실을 전격 발표한 것을 두고, 우크라이나 내부 정치권에서도 진실 공방과 함께 격한 후폭풍이 일고 있다. 한국 정부가 비공개 합의 파기에 대해 공식 유감을 표명한 가운데, 현지 야권 인사들이 이를 '정치적 쇼'로 규정하며 대통령실을 향한 정면 비판에 나섰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발레리 잘루즈니 주영 우크라이나 대사의 미디어 고문인 옥사나 토로프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려 젤렌스키 대통령의 행보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토로프는 양국 간 명백한 사전 비밀유지 합의가 존재했음을 지적하며 "젤렌스키 대통령은 뉴욕으로 가 전 세계를 대상으로 북한군 포로의 한국 인도 사실을 밝혔다"며 "우리는 그 이유를 알고 있다. 쇼이자 관심 끌기이며, 눈에 띄는 연출을 위한 강렬한 효과일 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번 송환 협상이 양국 간 폭넓은 전시 협력 논의의 연장선이었다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실은 즉각 반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커뮤니케이션 담당 고문인 드미트로 리트빈은 "그런 합의는 없었으며 이는 사실이 아니다"라며 "특정 포로들이 어디로 가는지 숨기는 것 또한 올바르지 않은 일"이라고 맞섰다.
침묵을 지키기로 약속한 바 없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한 셈이다. 현지 소식통 역시 우크라이나가 정보를 비밀로 유지하겠다고 약속하지 않았다는 주장을 덧붙였다.
이번 충돌의 이면에는 우크라이나 내부의 치열한 차기 권력 다툼이 자리 잡고 있다. 공세를 주도한 토로프의 상관인 잘루즈니 대사는 2021년부터 2024년까지 총사령관을 지내며 개전 초기 군을 이끈 전쟁 영웅으로, 현재 젤렌스키 대통령의 가장 강력한 대권 라이벌이다.
지난달 초 가상 대선 1차 투표 여론조사에서 젤렌스키 대통령은 22.3%, 잘루즈니 대사는 21.4%로 오차범위 내 초접전을 벌였다. 이번 사안을 계기로 야권 세력이 외교적 혼선을 부각하며 공세 수위를 한층 끌어올린 형국이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멕시코 국빈 방문 중 소셜미디어를 통해 "북한포로 국내송환 문제는 외교, 안보, 한반도 정세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매우 예민한 의제"라며 "비공개 합의를 어기고 공개한 우크라이나 측에 무슨 사정이 있는지는 모르나 많이 아쉽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