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와 고환율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는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수하물 등 부가 서비스 요금 인상에 나서고 있다. 제주항공도 다음 달부터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을 최대 25% 올리면서 여행객들의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23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내달부터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을 최대 25% 인상한다.
역대 최대 매출을 올리고도 500억 원이 넘는 적자를 낸 저비용항공사(LCC)들이 고유가와 고환율 여파를 이기지 못하고 부가 서비스 요금 인상에 나선 것이다. 항공권 가격을 낮게 유지하는 대신 수하물비 등으로 수익성을 보전하려는 고육지책으로 풀이된다.
제주항공은 오는 10월 15일부터 공항 현장에서 구매하는 국제선 초과 수하물 요금을 노선별로 상향 조정한다. 이번 개정안은 예약 시점과 관계없이 출발 당일을 기준으로 적용된다.
무료 수하물이 포함되지 않은 베이직 운임 승객이 공항 현장에서 15kg 수하물을 추가할 경우 부담은 크게 늘어난다. 일본 및 중국 산둥성 노선은 기존 6만 원에서 7만 5,000원으로 1만 5,000원 올랐다. 홍콩·마카오·대만·몽골 및 산둥성 외 중국 지역은 7만 5,000원에서 9만 원으로 인상된다.
동남아 노선도 인상 폭이 크다. 태국·베트남·말레이시아·필리핀·라오스·싱가포르는 9만 원에서 10만 5,000원으로, 인도네시아는 10만 5,000원에서 12만 원으로 각각 조정됐다.
kg 단위로 추가 구매하는 초과 수하물 요금 역시 3,000원씩 올랐다. 일본·중국 산둥성은 kg당 1만 2,000원에서 1만 5,000원, 중국 기타 지역 및 홍콩·마카오·대만·몽골은 1만 5,000원에서 1만 8,000원으로 인상됐다. 동남아는 1만 8,000원에서 2만 1,000원, 인도네시아는 2만 1,000원에서 2만 4,000원으로 조정됐다.
괌·사이판 노선은 대량 수하물 승객의 부담이 대폭 늘어난다. 초과 수하물 5개까지는 23kg당 6만 원이 유지되지만, 6개째부터는 개당 12만 원으로 2배 뛴다.
제주항공의 이번 조치는 LCC 업계 전반에 퍼진 수익성 악화와 궤를 같이한다. 제주항공은 올해 2분기 매출 4,417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은 전년 동기(450억 원) 대비 16.4% 늘어난 524억 원을 내며 적자 폭이 확대됐다. 국내선 증편과 일본 신규 노선 개설로 매달 100만 명 이상을 수송하며 매출을 40% 늘렸지만,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고유가와 원화 약세로 고스란히 손실이 늘어난 셈이다.
다른 LCC 상황도 비슷하다. 진에어는 2분기 731억 원, 에어부산은 355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트리니티항공 역시 상반기 누적 영업손실이 1,628억 원에 달했다. 승객 수요는 견조하지만 항공사만 적자를 보는 구조다.
LCC들은 치열한 가격 경쟁 속에 항공권 가격을 쉽게 올리지 못하면서, 급등한 유류비와 환율 부담을 온전히 떠안고 있다. 유류할증료만으로는 유류비 인상분을 감당하기 어렵다 보니 결국 수하물, 좌석 지정, 기내식 등 부가 서비스 요금 인상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 현재 LCC 업계에서 부가 수익은 전체 매출의 20~30%를 차지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수익성 방어 움직임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고유가가 장기화되면서 여객 사업 중심인 LCC들이 수익성을 확보하기 쉽지 않다"며 "유류할증료만으로는 유류비 부담을 모두 해소하긴 어렵기 때문에 부가 서비스 가격을 올려 수익성 방어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여행객들의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특히 쇼핑이나 장기 여행으로 짐이 많은 경우 공항 현장 구매보다 홈페이지나 앱을 통해 사전 수하물을 미리 구매하는 편이 유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