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규 전 대한축구협회장이 홍명보 전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 과정에서 허위 자료를 작성한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22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은 정 전 회장과 이임생 전 기술총괄이사,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감독 추천 권한을 가진 전력강화위원회의 업무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이사회 제출 자료를 조작한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가 된 참고자료에는 정해성 전 전력강화위원장이 사퇴 시 후임 감독 선임을 요청했다는 허위 내용이 기재됐다. 실제로 정 전 위원장은 이러한 요청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자료에는 감독 선임 권한이 없는 이임생 전 이사가 정당한 권한으로 감독 선임 절차를 진행했다는 취지의 문구도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정몽규 전 회장 등은 이전 감독 선임 과정에서 절차적 공정성에 대한 여론의 비판이 있었기 때문에 홍명보 전 감독 선임 과정에선 정당한 절차를 거친 것처럼 외관을 형성하고자 이사회 심의 안건 자료에 허위 내용을 기재했다"고 설명했다. 정 전 회장 등이 절차적 공정성 논란을 의식해 위계로 허위 자료를 생산하도록 하고, 이로 인해 이사회 업무를 방해했다는 판단이다.
반면 홍명보 전 감독에 대해서는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 경찰은 홍 전 감독이 전력강화위원회나 이사회 감독 선임 과정에 직접 관여했다는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홍 전 감독의 과다 연봉 지급 의혹, 국가대표 선수 간 다툼 관련 명예훼손 의혹 등 다른 고발 사건들도 증거 불충분으로 불송치 처분됐다.
이번 사건은 종로경찰서에서 지난 2024년 7월부터 수사가 시작됐으나 2년간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다 월드컵 탈락 이후 수사 상황에 이목이 쏠리고, 이재명 대통령이 "인사 실패에 의한 것"이라는 감독 문책성 발언을 하자 경찰은 지난 7월 사건을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금융범죄수사대로 이송했다. 사건이 광역수사단으로 이송된 지 약 석 달 만에 검찰 송치가 이뤄진 것이다.
시민단체 서민민생대책위원회가 홍 전 감독 등에 대한 추가 고발장을 제출하면서 서울경찰청은 총 9건의 고발 사건을 병합 수사했다. 수사 착수 한 달 만인 지난 8월 경찰은 홍 전 감독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천안 대한축구협회와 서울 종로구 축구회관을 압수수색해 전력강화위원회 회의록과 문화체육관광부 감사 자료, 휴대전화 전자정보 등을 확보했다.
경찰은 이 과정에서 축구협회 관계자가 전력강화위원회 업무에 부당하게 관여하고, 이사회 의결 과정에서 허위 내용이 담긴 심의 안건을 사용한 사실을 포착했다.
같은 달 26일에는 김정배 전 상근부회장을, 지난 2일에는 정몽규 전 회장을 각각 피의자로 소환 조사했다. 경찰은 전력강화위원 등 관련자 60명을 추가로 조사하며 사건의 전모를 파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