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신간] 불꽃이 꺼지지 않게

지난 2020년 한국 사회를 충격에 빠뜨린 N번방 사건. 가해자들은 아동·청소년과 여성을 협박해 성착취물을 제작했고, 텔레그램 수십 개 방에서 이를 유포·판매했다.


당시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역대 최다인 약 271만 명이 가해자 신상 공개와 처벌을 요구하며 참여했다. 대대적인 수사를 통해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과 N번방 운영자 문형욱을 포함한 다수 가해자가 검거·처벌됐다.


이 범죄의 실체를 세상에 알린 주인공은 당시 대학생이었던 '추적단 불꽃'이다. 추적단 불꽃 대표 원은지는 사건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 추적·취재·보도 활동과 피해자 지원을 계속해왔다. 원은지는 N번방 이후에도 디지털 성범죄가 형태를 바꿔가며 확장되고 있다고 단호하게 지적한다.


사진 제공 = 돌고래


그는 지난 6년간의 디지털 성범죄 추적 과정, 사회적·제도적 변화를 이끈 피해 생존자와 전문가의 목소리, 독립 활동가이자 기자로 겪은 혼란과 번아웃, 성장의 시간을 신간 '불꽃이 꺼지지 않게'에 담았다.


책은 끊이지 않는 디지털 성범죄를 지난 1999년 개설된 소라넷 이후 형성된 '디지털 생태계' 속에서 지속되는 범죄로 본다. 여러 사건이 공론화되며 관련 법이 제정되고 처벌 기준도 높아졌지만, 피해는 오히려 증가하는 추세다.


중앙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에 접수된 피해 건수는 지난 2025년 1만 7629건으로 전년 대비 4.7퍼센트 늘었다.


딥페이크 등 합성·편집 피해도 16.8퍼센트 증가했다. 저자는 범죄와 수사, 재판 현장에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이유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동시에 그 빈틈을 메우며 피해자 곁을 지키는 연대자들의 목소리도 성실하게 전한다.


'불꽃이 꺼지지 않게'는 한 활동가의 6년을 넘어, 그 시간을 함께 통과한 우리 사회의 기록이다.


책 앞부분에는 한국 사회 주요 디지털 성범죄 사건과 추적단 불꽃의 활동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정리했다. 주요 디지털 성범죄 피해 지원 기관과 단체는 책 뒤에 수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