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 경의선숲길공원에서 10대 청소년 두 명이 맨몸으로 싸우는 장면이 포착됐다. 지난 19일 오후 7시30분쯤 벌어진 이 싸움에서 한 청소년은 상대의 얼굴을 무릎으로 여러 차례 가격한 뒤 바닥에 넘어뜨렸다. 이어 상대방 몸 위에 올라타 뺨을 때리는 폭행을 이어갔다.
주변에 있던 또래 청소년들은 싸움을 말리지 않았다. 오히려 이들은 소리를 지르며 싸움을 부추겼다.
싸움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됐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현장에서 두 사람을 붙잡았다.
서울 마포경찰서는 21일 이들을 폭행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현재 경찰은 정확한 사건 경위를 파악하기 위한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10대 사이에서 '야차룰'이라 불리는 맨몸 격투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야차룰은 별다른 규칙이나 보호장구 없이 맨몸으로 싸우는 행위를 뜻한다. 당사자끼리 합의한 싸움이라는 점을 내세워 실제 폭력을 놀이처럼 소비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텔레그램 대화방에는 야차 영상이 무분별하게 공유되고 있다. 약 1400명이 참여한 해당 대화방에서는 학교나 놀이터 등에서 청소년들이 싸우는 영상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교복을 입은 학생 두 명이 싸우는 동안 주변 학생들은 휴대전화로 이를 촬영하거나 싸움을 부추기는 모습도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가 청소년의 과시 욕구를 자극해 야차 문화를 확산시킨다고 분석한다. 임명호 단국대 심리학과 교수는 "청소년기엔 또래 사이에서 서로 힘을 과시하려는 욕구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튜브의 자극적인 영상이 청소년의 모방을 유도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청소년들이 유튜브에서 격투기나 야차 영상을 반복적으로 접하면서 다른 사람의 행동과 자신을 비교하고, 힘을 과시하는 모습에 동조하는 현상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서로 합의했으니 문제없다'는 인식이 또래 폭력을 강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힘이 센 학생이 약한 학생에게 야차룰을 강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한 경찰 관계자는 "한 중학교에서 3학년 학생들이 하급생들에게 '모임에 들어오고 싶으면 (우리가 보는 앞에서) 서로 야차를 하라'고 요구한 사례가 있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하급생들이 싫어하는 기색을 보이면 괴롭히기 시작한다"고 밝혔다.
이러한 신종 폭력이 학교폭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은 통계로도 입증된다. 교육부가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까지 재학생 약 390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6년 1차 학교폭력 실태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집단따돌림과 신체폭력 피해 비중이 전년보다 증가했다.
집단따돌림 피해 응답은 17.1%로 전년 대비 0.7% 포인트 늘었다. 신체폭력은 15.7%로 1.1% 포인트 증가했다. 가장 많은 피해 유형은 언어폭력으로 37.8%를 차지했지만 전년보다 1.2% 포인트 감소했다.
올해 초·중·고생의 학교폭력 피해 응답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교육부는 신체폭력 증가 배경 중 하나로 야차룰·스파링 등 신종 학교폭력의 확산을 주목하고 있다. 교육부와 경찰청은 지난 8월 신종 학교폭력에 대한 경보를 발령·전파하고 대응에 나섰다.
야차룰 당사자끼리 싸움에 합의했더라도 형사책임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황순철 법무법인 베테랑 변호사는 "상해죄가 성립하면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더라도 수사와 처벌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황 변호사는 "피해자가 직접 고소하지 않더라도 제3자나 경찰이 범죄 사실을 인지하면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