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빈곤층 10명 중 3명이 75세 이상 후기고령층으로 집계되면서, 빈곤 문제가 고령층 중심으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1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공개한 '빈곤 구조의 변화와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서 이같이 분석했다. 가계금융복지조사 자료를 토대로 균등화 가처분소득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빈곤층을 조사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빈곤층 내 65세 이상 고령층 비중은 2016년 35.4%에서 2024년 47.6%로 12.2%포인트 증가했다. 같은 기간 75세 이상 후기고령층 비중은 19.7%에서 29.0%로 늘어났다.
반면 18세 이하 유소년층은 18.0%에서 8.6%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빈곤층의 연령대가 청소년·아동에서 노인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더 큰 문제는 고령 빈곤층이 노동시장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불안정한 일자리에 매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빈곤층 전체의 임시·일용근로자 비중은 2016년 11.6%에서 2024년 15.5%로 상승했다. 75세 이상 후기고령층의 경우 4.7%에서 15.6%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연구원은 고령층이 생활비 마련을 위해 불안정한 노동을 계속하는 현상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상용근로자 비중은 10.4%에서 11.5%로 1.1%포인트 증가하는 데 그쳤다. 안정적 일자리 확보는 제자리걸음을 하는 가운데 임시직과 무직자 비중만 커진 셈이다.
가구 구조 변화도 빈곤 양상을 바꾸는 핵심 요인으로 떠올랐다. 빈곤층의 1인가구 비중은 2016년 20.5%에서 2024년 36.9%로 16.4%포인트 뛰었다. 전체 가구의 1인가구 비중 증가폭(7.2%포인트)보다 2배 이상 컸다.
65세 이상 빈곤층에서는 1·2인가구가 90% 이상을 차지했다. 35~49세 빈곤층의 1인가구 비중은 9.5%에서 29.3%로 3배 넘게 늘었고, 19~34세 청년층도 12.6%에서 31.3%로 증가했다.
가족 구성원 간 소득 분담이 어려운 1인가구가 빈곤층 내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연구원은 이에 따라 빈곤층을 동일 집단으로 보고 단일 정책을 적용하기보다 연령·고용형태·가구구조에 따른 맞춤형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1인가구이면서 불안정 노동을 병행하는 고령층에 대해서는 공적 이전소득과 근로소득이 상호 보완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시급하다고 짚었다.
구체적으로 빈곤 노인과 후기고령층을 대상으로 기초연금 급여 수준과 수급 대상, 급여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노인일자리 급여를 현실화해 근로소득의 소득보장 기능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일을 하더라도 근로소득 때문에 생계급여 등 기존 지원이 크게 줄지 않도록 공적 이전소득과 근로소득의 연계 방식도 손질해야 한다고 밝혔다.
19~64세 근로빈곤층에 대한 지원체계 보완도 과제로 제시됐다. 연구원은 이 연령대 빈곤층에서 상용근로자 비중이 늘고 있지만 일을 해도 빈곤한 근로빈곤층이 나타나고 있으며, 1인가구 비중도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단독 가구의 주거비와 생활비 부담을 고려해 긴급복지지원과 근로장려세제(EITC), 국민취업지원제도의 적용 범위와 급여 수준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기준중위소득 32(35)~75% 구간의 근로빈곤층까지 실질적으로 포괄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기존 제도로 포괄되지 않는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고용서비스와 소득보장을 연계해 노동시장 진입·이행 과정의 소득 공백을 줄이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50~64세 은퇴 이행기 빈곤층에 대한 관리 필요성도 제기됐다. 이 연령대에서는 자영업 비중이 감소하고 무직 비중이 소폭 증가하는 등 노동시장 참여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
연구원은 은퇴와 재취업 여건 변화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일 수 있다며 은퇴 전후 소득 공백 위험에 대한 지속적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연구원은 최근 빈곤 지표 변화에 경기변동뿐 아니라 고령화·고용불안정·소가구화 등 구조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ㅓ다만 빈곤층 내부의 구성 변화가 전체 상대빈곤율에 어느 정도, 어떤 방향으로 영향을 미치는지는 추가 데이터 축적과 분석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