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윤종신이 30년 넘게 앓아온 크론병이 국내에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한때 서구 질환으로 여겨졌던 이 병이 최근 한국과 아시아 지역에서 환자 수가 급증하면서 더 이상 낯선 질환이 아니게 됐다.
2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3년 전 크론병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는 3만3238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0년 전인 2013년 1만6138명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연령대별 분석에서는 젊은층 환자 비중이 두드러졌다. 20대가 31.2%로 가장 많았고, 30대가 25.1%로 그 뒤를 이었다. 40대는 15.3%, 10대는 15.1%를 차지했다.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과 더불어 대표적인 염증성 장질환이다. 입부터 항문까지 소화관 전체에서 염증이 생길 수 있으며, 복통·설사·혈변·발열·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병변 발생 위치는 소장과 대장을 동시에 침범하는 경우가 40~55%, 소장만 침범하는 경우가 30~40%, 대장만 침범하는 경우가 15~25%로 보고된다.
발병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문가들은 유전적 요인, 면역체계 이상,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윤종신은 중학생 때부터 원인 모를 설사와 복통을 겪었지만 30대 후반에야 크론병 진단을 받았다. 2012년 SBS '힐링캠프'에 출연해 "크론병으로 소장이 너무 좁아져 60cm를 잘라냈다"고 밝혔다.
최근에도 증상이 재발한 사실을 전했다. 윤종신은 자신의 SNS에 "오랜만에 크론(병) 복통이 왔다"며 지인들과 식사하지 못하고 귀가했다고 공개했다. "네가 날 찾아온 건 30여 년 전, 크론이란 너의 이름을 안지는 20년 전, 이젠 친구 같다… 고약한"이라는 글로 긴 투병 생활을 드러냈다.
크론병은 젊은 나이에 발병해 평생 관리가 필요한 질환이다. 최근에는 기존 환자의 장기 생존뿐 아니라 신규 진단 환자까지 증가하면서 국내 염증성 장질환 양상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앙대학교병원 서정국 소화기내과 교수 연구팀은 22일 한국·일본·중국·홍콩·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5개 지역의 지난 100년간 염증성 장질환 발생률과 유병률 변화를 분석한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1920년대 일본에서 첫 증례 보고 이후 축적된 역학 자료를 바탕으로 질환 확산 과정을 '발생기→발생률 급증기→유병률 누적기→평형기' 4단계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아시아 지역에서는 동물성 지방과 정제 탄수화물 섭취 증가, 식이섬유가 적은 패스트푸드 등 서구화된 식습관과 환경·위생 개선, 영유아기 항생제 사용 등 생활환경 변화가 염증성 장질환 유병률 증가와 연관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 2000년대 이후 염증성 장질환 발생률이 급격히 상승했으며, 현재 신규 환자와 기존 환자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는 '발생률 급증기 후반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정국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과거 주로 서구 질환으로 인식됐지만, 최근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전역에서 환자가 빠르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젊은 환자뿐 아니라 고령층에서 새롭게 진단되는 환자가 늘어나는 등 환자군이 점점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조기진단 인프라와 다학제 진료체계 구축, 소아·청소년부터 고령층까지 생애주기별 맞춤 치료, 생물학적 제제 등 고가 치료제의 경제적 부담을 낮추기 위한 합리적인 약가·급여 정책 등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소화기학 분야 국제학술지 '란셋 소화기내과·간장학(The Lancet Gastroenterology & Hepatology)' 최신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