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23일(수)

"무분별한 약 배송, 국민 건강 위협"... 광화문 나온 약사들이 정부에 요구한 것

약사와 약대생 수천 명이 20일 광화문에 모여 정부의 비대면 진료 및 약 배송 확대 정책에 반대 집회를 열었다.


지난 20일 전국 약사와 약대생 수천 명이 오후 3시 서울 종로구 광화문 세종대로사거리에 집결했다. 흰 가운을 입은 이들은 정부의 비대면 진료 제도화 및 의약품 배송 확대 정책에 강력 반발하며 즉각 철회를 촉구했다.


주최 측은 약 1만 명, 경찰은 50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추산했다. 참가자들은 "무분별한 약 배송, 국민 건강 위협한다" "가짜 환자, 의료 쇼핑, 건보 재정 파탄 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 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을 비롯한 약사 및 약대생들이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서 손피켓을 들고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권영희 대한약사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산업 활성화와 사설 플랫폼의 이익을 앞세운 정책을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광화문에 모였다"며 "무분별한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 확대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논란의 핵심은 올해 말부터 정식 시행되는 비대면 진료와 함께 추진되는 의약품 배송 제도다. 


당초 정부는 섬·벽지 거주자와 장기요양수급자, 장애인, 감염병 환자 등 일부 환자에 한해 비대면 진료로 처방받은 의약품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보건복지부는 최근 이를 모든 비대면 진료 대상으로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의료 접근성 등 특별한 사유 없이도 모든 환자가 비대면으로 약을 배송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계획이다. 


복지부는 이를 위해 중소벤처기업부, 국무조정실 등 관계 부처와 약사 단체, 비대면 진료 중개업체 등이 참여하는 민관 협의체 운영도 추진 중이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약사회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약사와 약대생들이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약사회는 약물 오남용 방지와 취약 계층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 및 관련 인프라가 충분히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정부가 약 배송 전면 확대를 서두른다고 반발한다. 


약사회는 약 배송 확대가 의료 쇼핑과 의약품 오남용을 조장하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부담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약대 학생들도 같은 입장이다. 김백건 대한약학대학학생협회장은 "이윤 추구에 혈안이 된 민간 배달망 속에서 의약품이 변질되고 다른 사람의 약과 뒤바뀌는 사고가 터진다면 누가 책임질 것인가"라고 물었다.


약사회는 이달 9일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중기부와 국조실 등을 잇달아 방문해 항의 의사를 전달했다.


약사회는 정부가 제안한 민관협의체 참여도 거부하고 있다. 약사회는 앞으로도 결의대회와 1인 시위 등 현장 투쟁을 지속하는 동시에 입법 투쟁도 전개하겠다고 밝혔다.


20일 오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동화면세점 앞에서 대한약사회 국민건강권 사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국민건강·건강보험 수호 전국약사 총궐기대회'에 참가한 약사와 약대생들이 비대면진료 의약품 배송 확대 저지 등을 촉구하고 있다. 2026.9.20 / 뉴스1


반면 환자 모임과 소비자 단체는 약 배송 확대를 지지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환자 편의를 높이고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 비대면 진료와 약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소비자연맹과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소비자시민모임,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는 지난 9일 공동 성명에서 "비대면 진료는 의약품 수령까지 포함해야 완성된다"며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을 함께 제도화해 소비자의 의료·의약품 접근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원격의료산업협의회도 지난달 20일 입장문을 통해 정부의 약 배송 확대 추진 방침을 환영했다. 원산협은 "약 배송은 비대면 진료를 이용하는 모든 환자에게 원칙적으로 허용돼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