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자폐 장애를 가진 아들을 혼자 키우며 '피터팬 아빠'로 세상에 알려진 고(故) 전경철 작가의 삶을 기록했던 MBC '실화탐사대' 최철훈 PD가 고인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다짐을 밝혔다.
지난 19일 최철훈 PD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긴 글을 게재하며 전 작가와 함께 보낸 7개월간의 시간을 되짚었다.
최 PD는 지난 2월 전 작가를 처음 만났을 당시를 회고하며 "6개월이라는 시한부 선고를 이미 훌쩍 넘긴 간암 말기 환자였던 그는 오직 하나의 목표만을 향해 마지막 힘을 쏟고 있었다"고 전했다.
전 작가는 당시 자신 사후 홀로 남게 될 아들 제원 씨를 위한 안전한 거주시설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최 PD는 "종갓집 5대 장손에 IT 기업 대표로 성공가도를 달렸던 그였지만, 아들의 보금자리를 구해달라며 눈물로 간청했던 그날 밤의 모습은 지금도 선명하다"고 말했다.
지난 3월 방송 후 아들의 거주지가 확보되자, 전 작가는 새로운 목표에 매진했다. 다른 중증 발달장애인 가족들이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피터팬 재단'을 만드는 것이었다.
최 PD의 증언에 따르면 전 작가는 재단 설립에 남은 시간을 온전히 쏟기 위해 항암치료와 진통제 투여를 스스로 중단했다. 약물 부작용으로 정신이 흐려지면 재단 설립 작업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판단이었다.
최 PD는 "피를 토하며 극심한 고통을 겪던 밤에도 그는 자신의 상황보다 남겨질 이들의 삶을 먼저 생각하며 응급실 행을 미룰 만큼 재단 설립에 몰두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 아버지의 눈물로 시작된 동화 같은 이야기가 많은 발달장애인 가족에게 희망의 빛을 밝히는 현실로 이어지길 소망한다"며 재단 설립을 위한 지속적인 관심과 연대를 요청했다. 최 PD는 현재 전 작가의 마지막 발걸음을 기록한 후속 다큐멘터리를 제작 중이다.
전 작가의 이야기는 지난 3월 MBC '실화탐사대'를 통해 처음 세상에 공개됐다. 중증 자폐성 장애가 있는 아들 제원 씨를 27년간 혼자 양육해온 그는 간암 말기 진단을 받은 후 자신이 떠난 뒤에도 아들이 안정적으로 살아갈 보금자리를 찾기 위해 전국의 장애인 시설을 찾아다녔다.
이후 지난달 12일 방송된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도 출연해 아들을 향한 애틋한 마음을 나눴다. 전 작가는 당시 성인이 된 아들을 동화 속에서 영원히 자라지 않는 캐릭터에 비유해 '피터팬'이라고 부르는 배경을 설명하며 "잘생기고 체격도 좋은 청년이지만 정신연령은 2~3세에 머물러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전 작가는 지난 5일 오후 7시 56분 세상을 떠났다. 고인의 유언에 따라 별도 빈소 마련 없이 장례가 진행됐다.
이하 '실화탐사대' 최철훈 PD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