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학기술 굴기의 핵심을 파헤친 '차이나 모멘텀'이 출간됐다. 한국 과학계의 오랜 관찰자인 이석봉 작가가 중국의 부상을 과학기술 관점에서 분석한 이 책은 중국에서 과학이 단순 전략이 아닌 생존의 문제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중국의 연구 개발 투자 규모는 지난 2024년 715조 원을 넘어섰다. GDP의 2.69%에 달하는 이 투자액은 미국 다음으로 세계 2위에 해당한다.
막대한 투자는 가시적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가속기 표준을 운용하고, 핵융합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며, 독자적인 우주정거장을 기반으로 우주 연구를 진행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과학기술 표준을 선점한 국가가 첨단 산업을 장악하고, 첨단 산업의 지배자가 경제 패권을 쥔다는 법칙을 중국은 정확히 이해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지난 2024년 R&D 예산을 31조 1,000억 원에서 26조 5,000억 원으로 감축했다.
2026년 35조 원대로 회복됐지만, 그 기간 동안 연구 현장을 떠난 인력과 중단된 프로젝트는 예산과 달리 복원되지 않는다. 중국이 20년간 일관된 방향으로 질주하는 동안, 한국은 한 차례 급제동을 걸었고 그 흔적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이 책은 중국 과학기술의 성장 시스템과 구조를 세밀하게 들여다본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에 '짝퉁' 이미지를 씌워왔다.
타국 제품을 복제하고 기술을 탈취하는 나라, 성가신 이웃 정도로 치부해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제 중국은 한국 발전의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중국 과학기술은 이미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은 어떤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어떤 교육 체계를 갖췄는가. 중국을 제대로 파악한 뒤 한국은 어떤 전략으로 맞서야 하는지 고민해야 한다.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미래를 준비할 수 있다. 지난 1840년 아편전쟁부터 양탄일성과 딥시크까지, 150년 중국 과학사를 추적하면 오늘의 중국이 명확하게 보인다.
이석봉 작가는 전쟁이 발발하기 전까지는 힘의 축적 과정이 있고, 그 과정에는 반드시 징후가 동반된다고 강조한다.
병자호란 이전 조선에는 16년이라는 대비 기간이 있었다. 하지만 시대를 읽지 못한 조선은 결국 비극을 맞았다.
현재 중국은 과학기술로 힘을 쌓고 그것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 보유국이 세계 경제 패권을 장악하는 시대,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지피지기의 통찰력이다.
규모로는 중국을 따라잡을 수 없다. 그러나 거대한 조직은 방향 전환에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우리에게 작음은 약점이 아니라 신속한 방향 전환이 가능한 강점이다.
한국과 중국은 모두 폐허 위에서 과학기술로 재건한 국가다. 유사한 성장 경로를 걸어온 두 나라는 과연 어떤 미래를 맞이할 것인가. 중국은 '제조 2025', '2035 혁신' 같은 장기 비전을 내걸고 정부와 과학자, 국민이 일체가 돼 움직인다.
한국은 과연 어떤 미래를 설계하고 전진하고 있을까. '차이나 모멘텀'을 읽고 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사실을 절감하게 된다. 이때 저자가 제시하는 '송곳 전략', 즉 분산된 역량을 한 지점에 집중해 돌파해야 한다는 제안은 각자가 답해야 할 질문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