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가장이 뇌사 상태에서 장기기증을 결정해 6명에게 새 삶을 선물하고 세상을 떠났다.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홀로 딸을 키워온 그는 마지막 순간에도 나눔을 실천했다.
17일 한국장기조직기증원은 박종희씨가 지난 4일 조선대학교병원에서 심장과 간, 양쪽 신장, 안구를 기증했다고 밝혔다.
박씨는 지난달 23일 밤 어머니와 평소처럼 전화로 안부를 나눴다. 하지만 다음 날 자택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됐다. 병원으로 긴급 이송된 박씨는 뇌출혈 수술을 받았으나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뇌사 판정을 받았다.
유족은 박씨가 생전 장기기증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보였던 점을 기억하며 기증을 결정했다. 박씨는 어머니가 사후 시신기증 의사를 밝혔을 때도 적극 지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외아들로 태어난 박씨는 어린 시절부터 책임감이 강한 아이였다. 늦게까지 일하는 어머니를 기다리며 스스로 식사를 준비하고 집안일을 도맡아 했다. 학교 졸업 후에는 판매직에서 20여 년간 근무하며 성실하게 가정을 꾸렸다.
박씨는 아내를 먼저 떠나보낸 뒤 홀로 외동딸을 양육했다. 주변 사람들을 세심하게 챙기는 따뜻한 성품으로도 알려졌다.
도움이 필요한 어르신을 보면 먼저 다가가 도움을 제안했고, 직장에서는 동료와 고객을 가족처럼 따뜻하게 대했다. 한 번 받은 도움을 몇 배로 갚을 만큼 베푸는 것을 좋아했던 그는 마지막까지 나눔의 정신을 이어갔다.
박씨의 어머니 노판임씨는 "아들이 입원해 있는 동안 휴대전화를 보관하고 있었는데, 걱정하는 지인들의 연락이 끊이지 않았다"며 "빈소에도 많은 친구와 직장 동료가 찾아와 아들이 짧게 살았지만 잘 살았다는 생각이 들어 큰 위안이 됐다"고 말했다.
노씨는 "종희야, 일찍 떠난 것은 무척 아쉽지만 좋은 일을 하고 갔다고 생각하면 엄마도 행복하다"며 "엄마 걱정하지 말고, 여기에서 살아온 것처럼 그곳에서도 좋은 일만 하며 지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