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7일(목)

백일섭 사진 20년 넘게 '무단도용'한 주방용품 업체, 법원이 내린 판결은?

부산의 한 주방용품 제조업체가 배우 백일섭의 사진을 20여년간 무단으로 사용해 제품을 판매한 사실이 드러나 1억원의 배상금을 물게 됐다.


지난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서부지원 민사 5단독 문현정 판사는 백일섭이 주방 기물 제조·판매업체 A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피고는 원고에게 1억원을 지급하라"고 밝혔다.


A사는 1990년대 중반부터 자사가 생산·판매하는 냄비 등 주방용품에 백일섭의 사진이 인쇄된 스티커를 붙여 판매했다. 백일섭의 사진은 회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 올라온 제품 이미지와 설명에도 등장했으며, 일부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이들 제품이 백일섭을 연상시키는 이름으로 팔리기도 했다.


백일섭 / 뉴스1


백일섭 측은 2019년 9월 A사에 내용증명을 발송해 사진 무단 사용 사실을 지적하고 즉각 중단을 요구했다. 민사 및 형사상 법적 대응도 예고했다.


그러나 A사는 지난 2월 폐업할 때까지 백일섭이 자사의 광고모델인 것처럼 사진을 계속 사용하며 영업을 이어갔다. 이 사건 변론이 끝날 때까지도 회사 홈페이지와 인터넷 쇼핑몰에는 백일섭 사진이 부착된 제품 이미지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백일섭은 A사가 동의 없이 자신의 사진을 사용한 행위가 퍼블리시티권과 초상권, 성명권을 침해했다고 주장하며 재산상 손해 1억2천443만원과 위자료 3천만원 등 총 1억5천443만원의 배상을 요구했다.


문현정 판사는 백일섭이 주장한 '퍼블리시티권'을 독립된 재산권으로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초상권 침해에 따른 불법행위는 명확하다고 판단했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문 판사는 "원고와 피고 사이에 광고모델 계약이 체결됐거나 피고가 원고 측에 광고료를 지급했다는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9년 원고가 초상 무단 사용에 대해 정식으로 항의한 점을 고려할 때, 사진 사용을 대가 없이 묵시적으로 승인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백일섭이 정상적으로 초상 사용 계약을 맺었다면 받았을 대가 등을 감안해 재산상 손해를 8천만원으로 산정했다. 여기에 정신적 고통에 대한 위자료 2천만원도 인정했다.


문 판사는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얼굴 등 특정인을 식별할 수 있는 신체적 특징이 함부로 공표되거나 영리적으로 이용당하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며 "피고가 원고의 동의를 받지 않은 채 사진을 제품 홍보에 활용한 것은 초상권 침해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