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부모가 갑자기 기력 없고 우울해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단순 노화로 치부해선 안 된다. 우울 증상이 알츠하이머병의 초기 신호일 가능성이 제기됐다.
최근 미국 브랜다이스대학교 연구팀이 55세 이상 고령자 39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병리물질인 타우단백질이 뇌에 축적된 뒤 우울 증상이 악화되는 인과 순서를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9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Journal of Neuroscience)에 게재됐다.
타우단백질은 정상 상태에선 신경세포 내부 구조를 받쳐주는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비정상적으로 엉키고 축적되면 아밀로이드베타와 더불어 알츠하이머병을 촉발하는 주요 원인물질로 작용한다.
지금까지 노년기 우울증과 타우단백질 축적이 동시에 관찰된다는 사실은 알려졌지만, 둘 중 무엇이 먼저 나타나는지는 불분명했다.
연구팀은 인지기능이 정상인 57~90세 226명과 경도인지장애 및 알츠하이머병 환자를 포함한 55~91세 164명으로 나눠 분석을 진행했다.
모든 참가자는 연구 시작 시점에 노인우울척도 점수가 6점 이하로 임상적 우울증은 없는 상태였다. 노인우울척도는 15개 문항에 예·아니오로 답하는 자가보고형 검사로, 보통 9~10점부터 전문 치료가 필요한 단계로 본다.
참가자들은 평균 2.56회 병원을 찾았고 평균 2.93년간 추적관찰이 이뤄졌다. 연구팀은 매 방문 때마다 뇌 영상 촬영으로 타우단백질 축적 정도를 파악하고, 노인우울척도 설문을 반복 실시해 우울 증상 변화를 기록했다.
분석 결과 인지기능이 정상인 그룹에서는 타우단백질 축적 기간이 길어질수록 이후 우울 점수가 높아지고 상승폭도 유의미하게 컸다.
반면 우울 증상이 먼저 나타났다고 해서 이후 타우단백질이 더 많이 축적되는 현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이미 경도인지장애나 알츠하이머병을 진단받은 환자 집단에서는 타우단백질 축적량과 우울 증상 간 뚜렷한 연관성이 드러나지 않았다. 이 같은 선후 관계는 질환 초기 단계에서만 포착됐다.
연구팀은 인과관계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우울 증상 변화를 뇌영상검사 및 인지검사와 병행해 살핀다면 알츠하이머병 고위험군을 선별하는 보완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연구팀은 앞으로 장기간에 걸쳐 타우단백질 수치와 우울 증상의 변화 추이를 함께 추적하고 다른 알츠하이머병 진행 추적법과의 상관관계도 밝혀낼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