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09월 16일(수)

75kg 매다는 대형 드론까지 준비했다... 박왕열이 1억원 들인 '탈옥 계획'

필리핀 수용소에서 국내 마약 유통을 지휘한 박왕열이 한국 송환 직전 드론 탈출을 준비했으나 조력자의 연습 영상이 현지 방송에 노출되며 계획이 무산됐다.


15일 JTBC 보도에 따르면, 박씨는 올해 3월 한국으로 임시인도되기 약 한 달 전 대형 드론을 이용한 탈출을 시도하려 했다. 준비된 드론은 최대 75kg 정도의 무게를 공중에 매달고 비행할 수 있는 장비였다.


박씨의 탈출 시도는 처음부터 드론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박씨 측은 초기에 다른 교도소로 이송되는 과정에서 호송차량을 습격해 도주하는 방법을 모색했고, 이를 위해 총기까지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사의 이해를 돕기 위한 자료사진 / gettyimagesBank


이후 박씨는 탈출 수단을 드론으로 변경했다. 박씨는 "나 같은 사람은 탈옥도 이 정도는 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탈옥을 돕기 위한 조력자들은 실제 비행 시험을 진행했다. 필리핀 현지에서 촬영된 영상에는 한 남성이 대형 드론에 몸을 맡긴 채 수 미터 상공까지 상승했다가 물속으로 추락하는 모습이 담겼다.


필리핀 언론은 지난 3월 해당 영상을 '사람이 탈 수 있는 드론'이라는 화제성 있는 소재로 보도했다. JTBC 취재 결과 영상 속 인물은 박씨의 탈옥을 지원하던 조력자였으며, 촬영된 비행은 실제 탈출에 앞서 실행한 연습이었다.


박씨와 같은 시설에 수감됐던 A씨는 "필리핀 수감시설 내부에서는 전파 차단이 이뤄지지 않아 드론을 띄우는 데 문제가 없다"며 "중국 조직이 드론으로 연습하는 영상도 받아봤다"고 증언했다.


그러나 시험 비행 장면이 현지 방송을 통해 공개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박씨의 이감 일정이 급히 변경됐고 준비 중이던 드론 탈출 계획도 실행되지 못했다. 


필리핀에서 복역 중이던 이른바 '마약왕' 박왕열(48)이 25일 한국으로 송환, 인천국제공항에서 이송되고 있다. 2026.3.25 / 뉴스1


박씨가 드론 대여 등 탈출 준비에 투입한 금액은 약 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가 필리핀 수용시설 내에서 특별한 대우를 받았다는 증언도 나왔다. A씨에 따르면 박씨는 매월 약 600만원을 지급하고 개인 공간과 에어컨, TV, 휴대전화 등을 제공받아 사용했다.


박씨는 현지 구금 상태에서도 텔레그램 등 메신저를 통해 국내 마약 밀매와 관리를 총괄 지휘한 혐의를 받는다. 드론 탈출 계획이 좌절된 몇 주 뒤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는 박씨를 국내로 송환했다.


박씨의 탈출 시도가 주목받는 이유는 과거 전력 때문이다. 박씨는 2017년과 2019년 두 차례에 걸쳐 필리핀 수감시설에서 탈출한 경력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박씨는 한국과 필리핀 간 외교적 합의에 따른 임시인도 방식으로 국내에 체류 중이다. 


필리핀에서 국내로 압송된 '마약왕' 박왕열이 3일 오전 경기 의정부지방검찰청으로 송치되고 있다. 2026.4.3 / 뉴스1


임시인도 기간은 총 10개월이며 추가 범죄 혐의에 대한 인도 청구 절차도 진행되고 있다. 상황에 따라 내년 초 필리핀으로 재송환될 가능성도 있다.


다음 달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으로 검사의 수사권이 폐지되면서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도 해산을 앞두고 있다. 


현재 필리핀 수용시설에 수감된 한국인 마약사범은 14명이며, 국제 공조와 해외 총책 수사에 공백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김희연 마약범죄 정부 합동수사본부 부장검사는 "박왕열 송환으로 수사 범위가 해외까지 확장되면서 해외 거주 총책들에 대한 수사까지 이어갈 수 있었다"며 "총책 수사가 필리핀에만 한정된 것은 아니고 어디에 있든 모두 검거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박씨는 지난 5월 첫 재판에서 마약 밀수 혐의는 부인했지만 유통 혐의는 인정했다. 직접 마약을 국내로 반입한 사실은 없지만 이미 국내에 들어온 마약류를 판매하고 관리한 사실은 시인한다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