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자산 26곳에 IPCC 3개 시나리오 적용...자산가치·매출·재해보험 이력 반영
2050년 고탄소 손실 저탄소의 1.7배...김제·여수·필리핀 현장 우선관리
폭염과 태풍이 재무 숫자로 바뀌었다. DL그룹이 화학공장과 건설현장, 발전소 등 주요 자산 26곳에서 기후변화로 발생할 수 있는 손실을 계산했다. 어느 사업장이 홍수에 약한지, 폭염과 태풍의 재무 부담은 얼마나 되는지도 따로 가려냈다.
DL㈜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2026년 그룹 통합 지속가능경영보고서'를 15일 발간했다. DL㈜를 비롯해 DL케미칼, DL이앤씨, DL에너지, 글래드 호텔앤리조트, DL건설, 포천파워의 국내 사업장을 함께 담았다. 2023년 첫 그룹 통합 보고서를 내놓은 뒤 네 번째 발간이다.
자산 26곳, 위치·매출·재해보험 이력까지 넣었다
DL그룹은 올해 보고서에서 그룹 통합 기후 시나리오 분석을 실시했다. 분석 대상은 DL㈜와 계열사가 보유한 주요 자산 26곳이다. 자산과 매출 규모를 먼저 따지고, 사업장의 위치와 설비 특성도 함께 반영해 대상을 추렸다.
분석에 넣은 정보는 더 세밀하다. 자산 구조와 연간 매출, 노동 강도, 과거 재해보험 이력까지 모았다. 홍수와 태풍, 폭염이 닥쳤을 때 사업장이 얼마나 노출되고 자산 손실로 얼마나 이어질지를 금액으로 뽑아내기 위해서다.
기후변화 경로는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의 제6차 평가보고서를 따랐다. 저배출 SSP1-2.6과 중간배출 SSP2-4.5, 고배출 SSP5-8.5 등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적용했다. 기후 리스크 분석에는 주피터 인텔리전스 솔루션을 활용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세 시나리오 모두 2050년 재무적 손실액이 2030년보다 커졌다. 2050년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계산된 손실액은 저배출 시나리오의 약 1.7배였다. 탄소 배출이 지금과 비슷한 속도로 이어질수록 DL그룹의 자산 부담도 함께 불어나는 구조다.
2030년 수치도 공개했다. 보고서에 적힌 홍수·태풍·폭염의 항목별 금액을 합산하면 잠재적 재무 손실은 저배출 시나리오 83억2600만원, 중간배출 시나리오 70억7500만원, 고배출 시나리오 90억6100만원이다.
저배출 시나리오의 손실액이 중간배출 시나리오보다 크게 나온 구간도 있다. DL그룹은 특정 시점의 자산 노출 특성과 재해 유형별 손실률이 복합적으로 반영된 결과라고 분석했다. 해당 금액은 앞으로 확정적으로 발생할 비용이 아니라 각 기후 경로에 따른 잠재적 재무영향이다.
폭염 57억·태풍 29억...취약 현장부터 따로 관리
고배출 시나리오에서 건설현장의 잠재적 재무 손실은 88억4200만원으로 계산됐다. 전체 90억6100만원의 대부분이 건설현장에 몰렸다. 폭염 영향이 57억300만원으로 가장 컸고 태풍 29억2100만원, 홍수 2억1800만원이 뒤를 이었다.
고정사업장의 재무영향은 홍수 2억300만원, 태풍 1300만원, 폭염 300만원으로 집계됐다. 폭염과 태풍이 현장 작업과 공정에 직접 영향을 주는 건설 부문에서 기후위험이 훨씬 크게 나타났다.
DL그룹은 사업장별 노출도와 재해 유형별 재무영향을 따져 김제와 여수, 필리핀 건설현장을 우선관리 대상으로 정했다. 세 사업장 모두 2개 이상의 재해 유형에서 노출도가 '매우 높음'으로 나타났다. 홍수는 김제, 태풍은 여수와 필리핀, 폭염은 필리핀 현장의 영향이 가장 컸다.
분석 결과는 보고서에만 남겨두지 않았다. 계열사별 ESG위원회와 이사회가 내용을 보고받고 경영전략과 미래 사업계획을 검토할 때 활용한다. 건설현장에서는 냉방설비를 점검하고 작업환경을 손보는 한편, 사업장별 상황에 맞춘 단계별 대응책을 마련한다.
기후변화에서 새 사업도 찾고 있다. DL케미칼은 고부가가치 스페셜티와 친환경 소재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고도화하고 있다. DL이앤씨는 국내 최초로 소형모듈원자로(SMR) 표준화 설계에 착수했다. DL그룹은 주요 계열사의 온실가스 배출량과 에너지 사용량도 함께 모니터링하며 감축 계획의 이행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안전과 공급망 관리도 보고서의 주요 내용으로 다뤘다. DL케미칼은 협력사 안전보건 감사·자문 대상을 5개사에서 7개사로 늘렸다. ESG 교육을 지원하는 협력사도 28개사에서 50개사로 확대했다. DL이앤씨는 2025년도 동반성장지수 평가에서 6년 연속 최우수 등급을 받았다.
DL그룹은 기후변화와 사업장 안전보건, 지속가능한 공급망 관리 등을 그룹의 중대 이슈로 정하고 계열사별 이행 성과를 계속 공개할 계획이다.